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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최서원이 딸 정유라에 "나쁜 어른 때문에 좋아하던 말도 못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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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에 쓴 독자투고 문화일보에 보내
"어른들의 잔인함에 희생된 딸에게"
"철창 너머로 너와 손주들을 보는게 삶의 이유"
문화일보 측 "표현의 자유 인정해 게재"
한국일보

최서원씨가 2018년 5월 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11일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원을 확정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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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징역 18년형을 확정받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문화일보 독자투고란을 통해 딸 정유라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문화일보는 14일 독자투고 '사랑합니다' 난에 최씨의 편지를 실었다. 편지는 5일 어린이날에 작성돼 이튿날 문화일보 편집국장 앞으로 전달됐다.

최씨는 딸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이 생애를 살면서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헤어지고 떨어져 있던 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더 많을 것 같음에 가슴 저리는 고통이 엄마를 힘들게 한다"며 글을 적어 내려갔다.

최씨는 "넌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말을 사랑하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던 맑고 깨끗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너의 그 마음을 못 알아준 게, 요즘은 왜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 후회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상처만 준 나쁜 어른들 때문에 그 좋아하던 말을 못 타게 됐다"며 "네가 '이젠 말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했는데 못된 어른들의 잔인함에 희생된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또 "철창 너머로 보이는 너와 손주들을 보는 순간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엄마 없이,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 이 매정하고 가혹한 세상의 허허벌판에서 너의 삶을 잘 지키고 아이들을 잘 키워준 딸"이라며 "남은 20대의 삶과 다가올 삶이 힘들더라도... 너를... 또 아이들을 사랑하며 소중히 살아주고 버텨주길 바라"라고 당부했다.

문화일보 이제교 사회부장은 "최씨가 가정의 달 5월에 딸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편집국 내부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헌법 제21조 1항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측면에서 지면에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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