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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로운 물질의 등장…문명의 진보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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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석기에서 청동기로. 그리고 철기에서 실리콘의 시대로. 기민한 독자라면 벌써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문명의 발전에는 물질의 발견과 개량이 있었다는 걸. 시작부터 그랬다. 돌로 무기를 만들고, 점토로 만든 토기로 잉여생산물을 저장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사람) 속이 갈라졌을 때 석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청동기, 철기, 시멘트, 실리콘. 인류의 변곡점에는 늘 물질이 있었다. 물질의 진보는 곧 인류의 혁명이다.

'문명과 물질'은 우리 인류에게 새겨진 물질의 힘을 돌아본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재료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고(故) 스티븐 L 사스의 저작이 마침내 한국 독자를 찾았다. 200만년 전 석기시대부터 서기 2000년대 최첨단 물질까지 '물질의 거시사'를 흥미롭게 채운다.

청동의 역사는 유구하다. 기원전 2000년 전 이집트 고분 벽화에는 구리와 주석 덩어리를 녹여 만든 청동 제작 과정이 기록됐다.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구리 제련에 시련이 뒤따랐다. 가마에서 독성 물질 삼산화비소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구약성서 속 유대인 수난사는 물질이 불러온 흐름이었다. 철기 문화의 선두 주자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은 이스라엘 민족이 사는 가나안 땅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유대인은 70년간 바빌론의 수인(囚人)으로 살아야 했다. 그 유명한 '바빌론 유수'다.

철기시대는 먼 과거의 얘기만은 아니다.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이기가 강철의 등장에서 시작됐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열차 선로를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했지만, 강철의 등장으로 수명이 20배 길어졌다. 20세기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의 기저에도 강철이 있었다.

최첨단의 시대에도 물질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인류는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출발해 30분 후 서울에 도착할 수 있는 항공기를 꿈꾼다. 1400도에서 견딜 수 있는 엔진이 필요하다. 세라믹은 좋은 대안이지만,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질화규소를 이용해 세라믹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탄소 복합 재료로 만든 자동차의 연비는 현재보다 세 배 정도 좋아질 수 있다. 문명의 발전이 환경의 보호로 이어진다. 저자는 "향후에는 원자 크기의 소형 기계장치가 우리의 명령을 수행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늘 그랬듯 물질의 진보는 인류의 미래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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