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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박준영 내주고 임혜숙 받으니...젠더갈등 2차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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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것입니다.

업무능력 인정 받았던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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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 사진 = 매일경제


낙마한 박 전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체적인 평판은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는 것입니다. 공직사회에서 인망도 두루 좋았다는 평가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박 전 후보자의 낙마에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양 산업계에서도 앞서 박 전 후보자의 임명을 요구했던 바 있습니다. 한국해운협회는 “오랜 경험이 있는 해운물류 행정전문가가 해수부 수장으로 신속히 임명돼야 한다"고 밝혔고 수협중앙회는 “일관된 정책으로 문제해결을 주도해 나갈 사령탑이 필요하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박 전 후보자는 자진사퇴 입장문에서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습니다.

"성공한 여성 롤모델 필요"…임혜숙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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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 사진 = 청와대 사진기자단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질의응답에서 “과학기술은 여성들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라면서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보는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많은 생각을 담고 여성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 판단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발탁의 취지와 기대하는 능력과 검증 과정의 문제점들, 흠결을 함께 저울질해서 발탁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관 본인의 업무능력뿐 아니라 이후 과학계 여성인재들에게 끼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여당 내에서는 임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더 안 좋지만, 여성보다는 남성이 낙마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도덕성 임혜숙이 더 심각"


야당에서는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후보자의 성별이 장관 임명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어제(13일) 소집한 긴급의원총회에서 “국민들께서는 이미 박준영 후보자보다 오히려 임혜숙 후보자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판정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어 “실제 부도덕성이나 문제가 되는 사안의 내용을 보더라도, 그 숫자와 내용을 보더라도 매우 심각한 후보자는 임혜숙 후보자인데 임혜숙 후보자는 그냥 넘어가고 상대적으로 보면 그것보다 덜 도덕성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박준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진사퇴를 시킨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기준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권에 도전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어제(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결국 시인했다”면서 “임혜숙 후보자의 결격 사유가 상당함에도 여성장관 후보자를 찾지 못해 임명 강행한다는 말을 해버리면 앞으로 임혜숙 후보자를 과학기술계에서 어떻게 바라보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반듯하고 능력있는 여성을 열심히 찾는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도 여자라 상관없다는 게 문재인식 페미니즘?”이냐면서 “이 정부는 페미니즘을 외치기만 할 뿐, 믿는 바도 추구하는 바도 없는 꼰대마초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애써 찾은 후보가 자격미달이면 당연히 다시 좋은 후보를 찾아야 한다”며 “‘훌륭한 사람을 저렇게 열심히 찾게 만들고 유리천장을 두들기니, 여성 할당도 좋은 제도구나’라고 인정받는 게 진정한 양성평등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성할당 30%라는 대통령의 약속은 오랜 남성중심 사회구조 속에서 능력이 저평가된 여성을 열심히 찾는 방식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청년들로서는 차별시정적 제도의 존립근거를 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차별이라 느낄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무안주기식 청문회로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후보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특히 “본인은 포부를 가지고 해보겠다라고 생각하더라도 가족들에게까지 누를 끼치기는 어렵다라는 이유로 다들 포기하고 만다”면서 “그렇게 해서 포기하는 비율은 여성들이 훨씬 높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심화하는 젠더논쟁…현실은

과학계에서 여성의 진출이 저조하다는 현실은 통계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2019년 발표한 남녀 과학기술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계열과 공학계열 모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연계열의 경우 25~29세 구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역전현상이 일어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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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학계열 전공자 성별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 / 출처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2019년 남녀 과학기술인력 현황


또 2019년 자연·공학계열 전공으로 입학한 전체 대학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29.2%였던 반면 신규채용 비율은 26.2%, 고용 비율은 20.7%에 그쳤습니다. 자연·공학계열 입학생 비율은 70.8%, 신규채용은 73.8%, 고용 비율은 79.3%인 남성과는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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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성별 비율 / 출처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2019년 남녀 과학기술인력 현황


한편,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최종 합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9.7%였습니다. 전체 합격자 4729명 가운데 남성이 2381명, 여성은 2348명이었습니다. 두 통계의 시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영역에 따라 성별 비율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해당 공채에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적용해 남성 5명과 여성 2명이 추가로 채용됐습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어느 한 쪽의 성별 합격자가 합격예정 인원의 30% 미만인 경우 해당 성별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키는 제도입니다. 수치로 봤을 때 어느 특정 성별이 제도의 혜택을 더 많이 누렸다고 섣불리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가지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의 경우 ‘성별할당제’가 여자든 남자는 어느 한 쪽 성별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재보궐선거 이후 젠더갈등이 극단 대립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혐오를 부추겨 분열을 조장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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