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와 자본주의의 흐름을 ‘석유’라는 스펙트럼으로 분석한 ‘황금의 샘’의 저자 대니얼 예긴이 10년 만에 새로운 저서 ‘뉴맵’(리더스북)을 펴냈다. 클린턴부터 트럼프까지 에너지 정책 자문을 해온 최고 전문가답게 이번 책에선 에너지, 기후, 지정학이라는 키워드로 부와 권력, 기회가 어떻게 재편되고, 누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할지 집중 분석했다. |
예긴은 에너지를 지정학적 갈등과 변화의 중심으로 본다. 현재 에너지 지도는 지난 40년 간 석유를 중심으로 한 체제와 전혀 다르다. 기존 체제에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 신호는 2014년 여름에 포착됐다. 중동의 시민혁명과 ISIS의 공격,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석유수출 제재,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급감 등 혼돈의 시기인 2011년에서 2013년까지 3년간 석유가격은 놀라운 안정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덕분이었다. 2014년 봄까지만 해도 세계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봤지만 2014년 여름이 지나면서 페르시아만의 석유 생산국들은 당혹스런 신호를 받게 된다. 아시아에서의 석유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돈 것이다.
저자는 이 신호가 바로 “전 세계 석유시장과 세계 경제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 즉 브릭스의 시대가 저물고 셰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미국의 에너지 지도는 셰일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미국으로선 가장 취약했던 에너지 문제를 완전 해결한 이 혁명으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수십 년 동안 석유 시장을 지배해온 OPEC 대 비 OPEC 구도를 깨고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대한 경계를 놓치 않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를 죄우할 석유매장량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교역국과 동맹국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에서의 석유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GDP의 30퍼센트, 일자리 4000만개가 해외 무역에서 생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부상한 중국도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략적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는 지정학적으로, 또 무역항로로서 매우 중요하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둘러싼 주변국과 이해관계와 갈등이 첨예한 이곳에서 벌어질 위험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타이완이 완전독립을 주장하고 중국이 무력으로 대응하면 미국이 남중국해의 석유 수입항로를 가로막는 것이다. 중국이 ‘남해구단선 지도’를 전략적 근거로 사용,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이유다.
일대일로도 그런 연장선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길은 중국이 전략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인 미 해군과 ‘말라카 딜레마’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전략적인 후방 지원과 중국을 벗어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중국은 막대한 자금과 가장 좋은 투자 조건을 제시하며 흔들리는 미국과 달리 많은 나라들에게 환심을 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가 또 다른 페르시아만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믿음과 유조선들의 안전한 통과 보장을 약속함으로써 국가간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치적·종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동과 또 다른 기후변화와 신에너지가 바꿔놓는 지형의 변화도 세심하게 살펴나가는데, 특히 석유의존도 탈피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과 기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를 위한 지도에서 더 이상 석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런 변화들 속에서 한국에 어떤 기회와 역할이 있는지 등도 짚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뉴맵/대니얼 예긴 지음,우진하 옮김/리더스북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