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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서울 읽으며 걷는 ‘일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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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라진 서울을 걷다: 건축하는 시인(詩人)의 시(市) 이야기

함성호 지음/페이퍼로드·1만5800원

“부수지 않고 베어내지 않고 건축하는 방법은 지금, 여기를 이루고 있는 시간과 장소를 철저히 탐구해 들어가는 일이다. 해 아래 새로울 것 없는 세계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는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가 서울의 과거와 현재, 추억과 문화를 함께 풀어놓은 에세이집이다. 마포, 왕십리, 압구정, 대학로, 청계천, 삼청동, 인왕산, 인사동, 신촌, 홍대, 서촌 등 지은이의 눈길과 발길이 머문 곳은 스무 곳이 넘는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역사,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된 과정, 지역에 관련된 문학작품을 아우르는 글은 “우리가 무심히 걷는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는지 알게” 해준다. 문단과 건축계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 역시 읽을 거리다.

강남에선 유일하게 다루고 있는 압구정을 보자. 현재는 부촌의 상징이자, 첨단 소비문화의 전시장이지만, 압구정은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배밭이었다. 1970년대 대대적인 강남개발이 시작됐고 이와 함께 한국 부동산 투기의 역사, ‘졸부’의 역사도 시작된다. 지은이가 1990년대 등단 초기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기도 하다. “압구정 뒷골목 실내 포장마차에서 우리는 주꾸미와 소주를 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인 유하가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 국화빵 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욕망의 통조림 또는 묘지’)라고 노래한 것도 이즈음이다.

한강을 건너 인사동으로 가보자. 주로 고서점으로 이뤄진 인사동 거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해방 이후 일제가 물러나면서 일본이 소장한 고미술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1970년대에는 개발독재 시대 부를 이룩한 졸부들에 의해 골동품 투기 붐이 일었다. 지금 인사동은 관광상품으로 말끔하게 단장한 상태다. 지은이는 이런 인사동을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다가도 “그렇다고 해서 이제 인사동은 버려 버렸다고 자탄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좋은 공간은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라고 다짐한다.

지은이는 책이 “일상 여행”에 참고가 되기를, “누군가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자신이 걷는 주변을 잠시라도 두리번거리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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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 시인이 그린 옛 신촌 역사. 페이퍼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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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 시인이 그린 인사동 골목. 페이퍼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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