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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박준영 사퇴만으로 적당히 넘어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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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후보자 드러난 의혹 더 많은데

임명 강행하는 이유 납득하기 어려워

중앙일보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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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밀수’로 야당의 반대와 국민의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박 후보자는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5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야당은 박 후보자를 비롯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3인을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이던 지난 10일까지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을 시한으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러는 사이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제기됐다. 12일엔 초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적어도 1명의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여당으로까지 비토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1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57.5%)이 논란의 세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답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 오늘 신임 여당 지도부와 문 대통령의 상견례가 예정된 만큼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려 한 의도도 읽힌다. 실제로 여당은 이날 상임위를 단독 개최해 임·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다.

박 후보자의 사퇴는 청와대가 여론에 일정 정도 호응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의 인사 실패 논란을 박 후보자만으로 덮고 가려는 움직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 명의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에 대해선 특히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며 강행 의지를 비쳤다. 박 후보자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발언은 임·노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왜 한 명의 후보자만 사퇴하고, 나머지는 버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 임명이 무슨 거래도 아닌데 한 명 물러나는 선에서 적당히 넘기자는 것인가.

국민 눈높이로 치자면 박 후보자보다는 여러 문제가 제기된 임 후보자가 더 문제다. 그런데도 박 후보자만 물러나니 국민 눈높이가 차별적으로 적용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임 후보자가 여성이라 살아남은 것”이란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번 정권 들어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30, 31번째 장관급 인사의 탄생이다. 여론을 무시하는 인사 독주는 결국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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