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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서울시 통보 5개월째…첫발도 못 뗀 ‘콜센터 직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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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투자·출연한 교통공사·신보·SH

정규직 노조 반대 이유로 소극적

콜센터 노조 “오 시장이 결단하길”


한겨레

지난달 19일 엄민지 희망연대노조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장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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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직접고용 방침을 세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하다. 기관들이 시장 권한대행 시절 결정된 방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다, 정규직 노조 반발까지 겹친 결과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오세훈 시장이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지침 무시하는 산하기관들


13일 서울시와 각 기관 콜센터 노동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2일 서울교통공사·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을 직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통보했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사무는 민간위탁을 유지할지 직접 운영할지 기관별로 심층 논의해 결정하라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내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서울시는 애초 콜센터들을 서울시 상담전화를 운영하는 120다산콜재단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가, 서울시의회가 ‘성격이 다른 업무를 하는 산하기관 콜센터를 통합하면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자, 기관별 직고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방침 통보 5개월이 다 되도록 정규직 전환의 첫 단추인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대표, 사쪽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대상과 방법, 처우 등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기관들은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든다. 에스에이치 쪽은 “정규직 교섭대표노조가 ‘협의체를 구성하기 전에 (전환 방식 등) 구체적인 논의 의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일반직(정규직) 노조에서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정규직 노조들에서는 직고용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서울교통공사의 민주노총 교통공사노조(제1노조)는 “해당 노조들은 예산과 정원을 통제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면 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일 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노총 교통공사통합노조(제2노조)는 “(서울시가) 산하 공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하며, 본사 로비에 ‘서울시 노동정책관님, 우리도 서울시 공무원 시켜주세요’ ‘아빠 저도 시험 안 치고 공사 직원 시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겨레

지난 3월25일 희망연대노조가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의 직접운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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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문제해결 나설까


콜센터 노조들은 해당 기관들이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핑계 삼아 정규직 전환 자체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선규 서비스일반노조 위원장은 “기관은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무기로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으면서 노-노 갈등 프레임을 씌우고, 정규직 노조 참여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 노조가 계속 반대한다면 몇년이고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기관 내부에서도 ‘직고용 방침은 시장이 아닌 권한대행의 방침’이란 말들이 돌고 있다고 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지원팀장은 “기관 직고용 정규직 전환”이라고 적힌 공문을 두고서도 “기관 특성에 맞춰 신중히 검토해 결론을 내라는 것이지 무조건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뜻은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장영민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은 “콜센터 정규직 전환 방침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규직 노조의 태도에 ‘상처’받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퇴사도 이어지고 있다. 정원 39명인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는 13일 기준 남은 인력이 25명에 그쳐 정상적인 상담업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위탁계약기간도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지난달 말 끝나 1년 연장됐고, 에스에이치도 다음달 말 끝난다.

콜센터 노조들은 오세훈 시장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채윤희 서비스일반노조 에스에이치콜센터지회장은 “다산콜센터를 만든 분이니 콜센터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 희망연대노조 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장도 “오 시장이 서울시 정책사업 수행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해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이 상황을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에스에이치 콜센터 직영 전환 추진과 관련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지난달 12일 120다산콜재단을 방문했을 당시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묻는 <한겨레> 질문에는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주무부서와 3개 기관 사쪽 담당자, 3개 콜센터 노조 대표는 14일 오후 최선 서울시의원 주재로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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