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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준석 노이즈' 방관하는 국민의힘..."젠더 이슈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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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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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얻는가 싶었던 국민의힘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이남자'(20대 남자) 표심을 노린 성차별 발언을 한 달 내내 쏟아냈음에도 당이 무관심으로 대응하면서다. '젠더 갈등 부추기는 정당'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에서 '남녀 모두가 행복한 양성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성평등 이슈 논의엔 여전히 소극적이다.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과제도 나중으로 미룬다. 이 전 최고위원 같은 일부 스피커가 만드는 논란이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다시 떠나가게 할 위험 요인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2030세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달간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갤럽이 재보선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30%(4월3주)를 기록한 이후 줄곧 28%(5월1주)에 머물고 있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은 30%에서 22%로, 여성은 29%에서 25%로 하락했다.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고, 무당층은 28%에서 39%로 크게 늘었다. 20대 사이에선 국민의힘(20%)보다 민주당(24%) 지지율이 더 높다. 중도, 여성,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재보선 컨벤션 효과'를 누릴 기회를 놓친 원인 중 하나로 청년 표심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대응이 지목된다. 20대 남성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몰표를 준 건 공정의 가치 훼손, 고용 악화, 기성 세대와의 자산 격차 확대 등을 방치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젠더 갈등' 프레임에 가두면 해결책이 보일 리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30세대는 이념이나 정당에 관계 없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정책적 능력을 보여주는 정치 세력을 원한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중도층과 청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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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 마지막 유세장에서 한 청년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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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표 젠더 논쟁에 평가 엇갈리는 국민의힘


이 전 최고위원의 남녀 편가르기 발언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소모적 논쟁에 대한 벌점이 차곡차곡 쌓이는 데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이 전 최고위원의 '자기 정치'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여성 할당제 폐지' 등을 내세워 당권 도전을 선언한 것을 보면, 계산된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론을 거스르면서까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건 본인 정치를 앞세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 다수는 이 전 최고위원의 행태를 방관한다. 한 4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청년 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다 젠더 이슈에 대해선 잘 모르지 않느냐"며 "이 전 최고위원이 이끌게 내버려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남성 5060세대가 주류인 국민의힘은 청년·젠더 문제 해결에 별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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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라 청년·여성·고령자 일자리 활성화 방안'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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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당 지도부… "내년 대선 악재 될 것"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관심하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직자도, 국회의원도 아니니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청년 문제와 젠더 갈등 해결을 미루는 국민의힘의 태도가 지지율을 깎아먹는 악재가 될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2030세대나 중도층은 국민의힘을 온전히 지지하는 게 아니라 관망 중"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과 같은 유의 메시지가 쌓일수록 내년 대선에선 지지기반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2030세대 대변인을 자처하며 당의 모든 메시지를 독점하는데도 당이 손을 놓고 있는 게 문제"라며 "반대하는 의원들의 소신 목소리가 나오고, 성평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정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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