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국회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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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당내 친문재인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하지 않은가"라며 '원칙'을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1만5,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했다. 친문 진영의 '견제' 움직임을 조기 진압해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선 연기론? "원칙대로"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선 연기론에 대해 "더 길게 드릴 말씀은 없다"며 일축했다. 현행 당헌대로 '대선일 180일 전'인 9월 당의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당이 경선을 연기한다면 따를 것"이라는 유보적 태도에서 "원칙 중시"로 입장을 정리한 모습이다.
만약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연기된다면 '빅3' 중 2·3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추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더욱이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의 '비토 정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견제당할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1위 주자인 이 지사에겐 손해다.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에는 201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후유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일부 친문 진영의 '경선 연기론'을 이 지사 측이 예사롭지 않게 보는 배경이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한국일보에 "대선후보를 늦게 정하면 정기국회에서 '대선주자표' 입법과 예산안을 선보일 기회도 놓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의 반대 의견에도 후발 주자들의 입장과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
이재명 (오른쪽) 경기도지사가 12일 서울 마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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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고리로 친문 지지 확보?
이날 이 지사는 전국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을 출범시키고 본격 세몰이에 나섰다. 모임의 공동대표는 5선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학계·법조계·문화계를 망라해 1만5,000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황석영 소설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이 두루 참여했다.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당 안팎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외곽 조직'이다.
민주평화광장 출범을 '이해찬·이재명 연대' 공식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내 친노무현·친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광장'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과 향후 대선 과정에서 이 지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일부 친문 진영을 유인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해찬계 김성환·이해식·이형식 의원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발기인에 참여한 한 의원은 한국일보에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쪽에 섰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한 만큼 유력 대선주자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했다.
'성장과 공정'을 대선 화두로 제시
이 지사는 '성장과 공정'을 대선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불평등 격차를 완화하며 공정성을 회복해 가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표 기본정책 시리즈인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일 출범하는 이 지사를 지원하는 의원모임도 '성장과 공정 포럼'으로 명명했다. 이재명계인 정성호·김병욱·김영진 의원, 중진인 안민석·노웅래 의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다. 진보 진영의 호응이 컸던 기본소득 담론에 더해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성장과 공정 담론도 주도하겠다는 게 이 지사 측의 복안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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