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가 상이용사 경기를 보다 옆 사람과 얘기하는 사이, 아이가 해리의 팝콘을 꺼내먹습니다. 뒤늦게 팝콘 도둑을 발견한 해리가 잠깐 싫다는 몸짓을 하다 팝콘을 쥐여줍니다. 아이는 상이용사의 딸이었고, 이 영상은 해리 왕자의 평소 성품이 꾸밈없이 드러난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지요.
사람의 본성은, 운전할 때, 포커게임 할 때, 채권채무 관계가 됐을 때 알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미국 공상소설가 켄 리우가 일본군의 중국인 생체실험을 묘사한 단편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평온한 시절에는 점잖은 척하기가 쉬운 일이지만, 사람의 진정한 본성은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때 드러나는 법입니다"
해가 저물면 낮에 보이던 것이 흐려지고, 일상의 이면에 숨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킹은 단편집 '해가 저문 이후'에서 그 하루의 내리막길에 선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를 모레까지 보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국민 앞에서 '검증 실패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 직후여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이건 아니라는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적어도 1명 이상은 지명을 철회하라며 한 목소리를 낸 뒤에도 청와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않습니다. 오늘 나온 여론 조사에서도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을 철회하라는 응답이 문제없다는 사람의 두 배 가깝습니다.
사실 저는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귀를 닫아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다지 멀지도 않은 과거에 이랬던 분이 말이지요.
"(추천과 검증에) 실패하고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청와대의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광화문에 나가 시민들과 늘 소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참모들과 격의 없이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사진도 그래서 신선했습니다.
멀다면 멀지만 불과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무엇이 대통령을 이렇게 바꿔놓았을까요? 아니면 애당초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 측근 인사의 이 말이 그래서 다시 떠오릅니다.
"고집이 세기로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님이 훨씬 세지요"
세상에는 찬찬히 뜯어볼수록 고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있습니다. 바둑은 져도 기품에서 이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둘 다 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5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마이 웨이'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영국 해리 왕자가 상이용사 경기를 보다 옆 사람과 얘기하는 사이, 아이가 해리의 팝콘을 꺼내먹습니다. 뒤늦게 팝콘 도둑을 발견한 해리가 잠깐 싫다는 몸짓을 하다 팝콘을 쥐여줍니다. 아이는 상이용사의 딸이었고, 이 영상은 해리 왕자의 평소 성품이 꾸밈없이 드러난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지요.
사람의 본성은, 운전할 때, 포커게임 할 때, 채권채무 관계가 됐을 때 알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