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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러시아 백신도 '메이드인 차이나'…美 턱밑 노리는 중·러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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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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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수억 회분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품질 표시를 달고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풀릴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CNN 홍콩발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의 백신 생산 회사 세 곳은 러시아 측과 2억6000만 회분의 스푸트니크 V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맺은 '백신 동맹'의 목표가 일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약이라고 CNN은 전했다. 백신 물량을 먼저 확보한 서구권 국가들이 백신 물량을 틀어쥐면서 백신 접종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듀크대학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와 영국, 뉴질랜드 같은 일부 국가는 인구수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했지만, 코로나19로 최악의 피해를 본 국가들을 포함해 다른 비서구권 국가들은 접종 물량을 확보하지도, 접종 속도를 높이지도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중·러 백신 대량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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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가 베네수엘라 공항에 도착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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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절실한 개발도상국들은 실제로 스푸트니크 V와 시노팜, 시노백 등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을 대량 주문하고 있다. 러시아국부펀드(RDIF)는 지난 2월 전세계에서 백신 25억회분 이상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신을 개발한 중국 국영회사 시노팜 역시 5억 회분의 주문을 받았다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스푸트니크 V는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초기에 제기된 우려를 떨치고 유럽과도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세계적 학술지 랜싯(Lancet)에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리면서다. 60개국 이상이 스푸트니크 V 긴급 사용 승인을 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조만간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효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노팜 백신 역시 WHO에서 이미 사용 승인을 받아 저개발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

중국은 시노팜에 이어 스푸트니크 V까지 생산하면서 '백신 외교'의 폭을 확장할 전망이다. 생산 능력이 달려 목표치를 밑돌던 러시아에게도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했다.



中, 美 턱밑까지 '백신 물량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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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지밍 중국 대사(왼쪽)가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장관들에게 시노팜 백신 500만회분을 전달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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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물량 공세'로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도 확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 지역에 산소호흡기와 보호 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백신 접종까지 주도하고 있다. 이 지역 주요 10개국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10개국에 총 1억435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하고, 실제 절반 이상을 보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수교국 중 한 곳인 온두라스는 중국에 '백신 러브콜'을 보냈다. 기존의 외교적 입장에 반하면서까지 백신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중남미 국가 12곳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온두라스 사례는 미국의 뒷마당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미국은 백신 지원 수량이 중국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남미 주요 10개국에 화이자 1950만 회분 지원한 데 그쳤다. 다만 인접국 멕시코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지원했다.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70만 회분을 공급했다.

중국은 백신을 기부한 65개국 중 63개국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의 길목에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을 맺은 인도네시아는 인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주문이 1년가량 지연되자 중국 시노백 백신에 1억 2500만 회분의 대량 주문을 넣었다. 미국의 중요한 중동 파트너였던 터키도 시노백 백신 1억 회분을 구입해 1월부터 접종해왔다.



압박 받은 바이든, 부랴부랴 '백신 외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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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목표치를 높인 새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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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유형의 세계대전에서 백신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부랴부랴 '세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6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월까지 다른 나라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백신 지재권 면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러시아 전문가 보보 로 전 모스크바 주재 호주 대사관 부국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전염병 사태에서 지정학적 이득을 보고 영향력을 확장해 독재 체제에 대한 지지를 얻는 기회를 보았다"며 "서구 국가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지적하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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