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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민간인 학살·시신 처리' 조금씩 드러나는 5·18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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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저인망식 가해자 조사로 과제별 유의미한 진술 확보

암매장된 신원미상 4세 아이 가해자 특정하고 신원 파악 중

북한군 투입설 최초 주장한 탈북민 조사…"거짓말이었다" 고백

연합뉴스

5·18조사위, 조사 착수 1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송선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철 부위원장, 송 위원장, 이종협 상임위원. 2021.5.12 uwg806@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민간인 학살 사건과 실종 사건 등 41년간 의혹으로만 존재하거나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5·18 민주화운동의 아픈 진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조사위는 5·18 당시 광주 진압 작전에 참여한 계엄군 출신 인사들을 저인망식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과 실종 사건 등에 대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민간인 학살은 5월 항쟁 당시 주로 광주 외곽지역에서 발생했다.

광주 봉쇄 작전을 위해 외곽 지역 길목을 차단하고 있던 계엄군은 지나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인 사격을 가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은 광주 교도소 일대.

당시 이곳을 지키고 있던 3공수여단은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간 국도를 지나는 차량과 민간인에 대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저격용으로 사용되는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는 새로운 진술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신혼부부를 태우고 교도소 옆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차량까지 저격해 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포함해 증언과 관련 문헌을 종합하면 최소 13차례 이상 차량 피격 사건이 있었고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중에서 최소 41구의 시신이 실종된 것으로 조사위는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주남마을과 지원동 일대에선 이미 알려진 미니버스 총격과 구급차(앰뷸런스) 총격 사건 외에도 다른 승합차와 앰뷸런스 등 최소 5대의 차량을 피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4대의 차량은 차종과 색깔까지 확인했다.

미니버스 총격 사건은 총격으로 크게 다친 남성 2명이 총살된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됐다가 주민 신고로 뒤늦게 시신이 수습된 바 있어 주남마을 일대는 암매장 의혹이 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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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암매장지 발굴 (PG)



조사위 역시 군 기록을 통해 미니버스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17구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했다는 광주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비교해 실종된 시신 6구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다.

송암동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 역시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 실상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이 주변에서 신원 미상의 4세 어린이가 왼쪽 목덜미에 총상을 입고 암매장된 채로 발견된 바 있는데 조사위는 이 사건 가해자를 특정하고 어린이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가 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붙잡힌 자신과 함께 상무대로 이동한 4살 남짓의 어린이가 동일인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지만,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 어린이의 유해는 현재 국립 5·18 민주묘지 무명 열사의 묘에 안장돼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뼛조각을 채취해 DNA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위는 암매장한 시신 처리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진술도 확보했다.

5월 항쟁이 끝난 이후 제11공수여단 4개 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와 사체 수습에 참여했다는 증언이었다.

조사위는 사체 수습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체처리반'의 부대원들의 인적 사항과 명단을 확보, 그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발굴 조사를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위는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도 진위 파악을 하고 있다.

조사위는 자신이 북한 특수군으로 직접 광주에 침투했다고 최초 발언한 북한군 출신 탈북민 정명훈 씨로부터 "80년 5월 당시 평양에 있었고 광주에 오지 않았다"는 등의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와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를 덧붙여 거짓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양심고백을 하고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조사위는 북한군 개입설의 한 근거로 '8t 분량의 군사용 TNT 폭탄이 전남도청 지하실에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먼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전남도청 지하실엔 민간에서 사용하는 공업용 다이너마이트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폭발력과 폭발 가능성 등에 대해 그동안 알려진 것과 큰 차이가 있어 과학적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위는 "진실에 기초한 국민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공동체가 반목과 갈등, 폄훼와 왜곡을 극복하고 대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시민 붙잡아가는 5·18 계엄군
(광주=연합뉴스) 6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노먼 소프 5·18 기록사진 기증자료 특별전 언론공개행사가 열렸다. 전시는 노먼 소프가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소속 기자로 1980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당시 출입증과 카메라 등을 공개한다. 사진은 노먼 소프가 기록한 27일 오전 시민을 붙잡아가는 계엄군의 모습. 2021.5.6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s@yna.co.kr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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