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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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긴장 상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돈)을 연료 삼아 원자재 등 각종 자산 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높아지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의 진원지는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다. 시장은 12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미 CNBC·다우존스 등은 전년 동월 대비 3.6%의 CPI 증가율을 예측한다. 실제 결과가 전망대로 나오면 지난 2011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다.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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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미 인플레 유령에 겁먹어”
지난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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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높은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가 크다. 지난해 4월은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했던 시기다. 하지만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전달(2.6%)보다 큰 폭으로 뛴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CNBC는 “시장은 이미 인플레이션 유령에 겁먹었다”며 “급등한 CPI 수치가 시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기대지수(SCE) 조사에서 물가 상승 기대치는 3.4%로 2013년 9월 이후 최고치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11일 발표한 미국의 10년 기대인플레이션율(BER)도 2.53%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1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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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도 우려를 드러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석유 수송관 가동 중단에 따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부정적 신호가 쏟아지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런 분위기 속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1일(현지시간) 1.624%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1.4% 하락하며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9%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도 전날에 비해 1.61%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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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생산물가↑…1년 뒤 인구감소 온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명품백 감정 수업에서 참가자가 루이비통 핸드백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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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인 중국발 인플레이션 조짐도 보인다.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6.8% 올랐다. 3년 6개월 이래 최고치다. PPI는 향후 나올 CPI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생산 원가가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생산자들이 높은 가격을 유통업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만큼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PPI 상승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치솟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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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구 감소도 인플레 전망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앞으로 1~2년 사이 중국에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저출산·고령화 본격화는 전 세계 제품 가격을 떨어뜨렸던 저렴한 노동력이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저물가의 동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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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은행, 여전히 돈 풀기 집중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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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물 경제 흐름과 따로 가는 듯한 각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이다. 실물 경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아직 돈줄을 닫을 생각이 없는 듯해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고용시장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CNBC에 “경제가 호황인데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를 유지하고 수조 달러의 채권을 사겠다는 건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며 “역사상 재정과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 흐름과 이처럼 어긋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달러화 가치를 갉아먹을 것을 두려워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Fed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미국 경제가 회복에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다”며 기존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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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실업수당 인상, 인플레 부추겨”
지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할 경우 500달러의 보너스를 준다는 채용공고를 내걸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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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적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대규모 부양책을 이어가는 미 정부의 재정정책도 인플레이션의 불쏘시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실업수당을 인상한 것이 고용난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실업수당으로 시간당 15달러를 받을 수 있다. 숙박·요식업계의 평균 임금은 16.63달러다. 실업수당을 받는 대신 일을 할 유인이 낮은 셈이다. 기업 입장에선 직원을 구하려면 급여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맥도날드 가맹점 협회는 지난 9일 회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업수당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가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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