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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대기업 초임연봉 28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채…고용한파·저금리 속 웃음거리 된 노동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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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엿보다②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

MZ세대 모이면…월급 아닌 ‘집값·비트코인’ 얘기만

서울 아파트값 11억, 대기업 초임연봉은 4000만원

“물가 아닌 집값 보고 통화가치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취업문 뚫어도 집 못산다, 돈 빌려 투자하는 가상자산

헤럴드경제

청년고용대책 실패, 저금리, 자산가격 폭등 등 종합적 정책실패와 시장상황이 노동가치에 대한 통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9년 초반 비트코인을 1억원 어치 매수해 지난달 매매했다면 서울 아파트를 두 채 살 수 있다. 반면, 같은 시기 대기업에 입사해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았다면 8000만원가량을 저축할 수 있다. 그렇게 26년을 더 벌어야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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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옛날에 남기형(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왕에 집사고, B 차관보는 강남에 샀다. 직장에선 성공해 부총리까지 갔어도 재산은 두배 넘게 차이나지 않느냐. 20년 넘게 벌어진 자산격차다. 지금은 그 격차가 매일매일 생겨난다. 그러니 일하고 싶겠느냐. 솔직히 오늘 도지코인 차트만 봤다.”

‘MZ세대(1980~2000년대생)’인 30대 직장인 3명이 모인 11일 저녁자리에서 나온 대화의 한토막이다. 직장에서 실무진으로 한창 일해야 하는 세대지만, 노동소득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 주제는 가상자산을 넘어 ‘받은글’로 번졌다. 2018년부터 일년에 한번꼴로 유행처럼 돌던 유형으로 회사에 다니던 성실한 아무개 씨가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어 퇴사를 했다는 식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지”라는 자조가 이어졌다.

청년고용대책 실패, 저금리, 자산가격 폭등 등 종합적 정책실패와 시장상황이 노동가치에 대한 통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네덜란드 튤립버블 시절처럼 국민 모두가 자산가격 차트만 바라보는 시대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2019년 초반 비트코인을 1억원 어치 매수해 지난달 매매했다면 서울 아파트를 두 채 살 수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2019년 2월 비트코인 가격은 356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시가는 7148만원을 기록했다. 1억을 투자했다면 2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알트코인 변동성은 이보다도 크다.

반면, 같은 시기 대기업에 입사해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았다면 8000만원가량을 저축할 수 있다. 지난달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올해 신입사원 평균연봉’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은 4121만원이다. 지난해 동일조사(4118만원) 대비 0.1% 상승했다.

그렇게 26년을 더 벌어야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실패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1123만원이다. 2년 전인 2019년 4월(8억1131만원)에 비해 37% 상승했다.

여기에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가상자산 투기수요를 자극했다. 0%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은 부담없이 가능해졌다. 제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이나 카드, 캐피탈을 이용해도 금리가 10%대다. 지난달 카드·캐피털업계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0.40∼19.91%, 저축은행 평균 금리는 11.13∼21.97%를 보였다.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박탈감도 커졌다. 고용한파 속 비좁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집을 못사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취업준비보다 가상자산 차트를 공부하는 것이 성공에 가깝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4월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25~29세 실업률은 9.5%로 전년동기대비 31.4%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온국민이 생산성이 있는 노동이 아니라 거대한 도박장에 빠지고 있다고 경계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결국 정부의 집값 정책실패가 문제”라며 “물가를 보면 통화가치가 안정됐지만, 사람들이 부동산시장 활황을 맞아 집값을 보고 통화가치를 판단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젊은층에서 임금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박감이 생겼고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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