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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서울시향 이어 KBS도… 한국 클래식 ‘핀란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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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음악원 동문’ 두 지휘자, 한국 양대 교향악단 이끌어

핀란드는 사실 자일리톨이 아니라 ‘음악 강국’이다. 인구 550만의 소국이지만 전문 오케스트라만 30여 곳.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헬싱키 필하모닉, 핀란드 국립 오페라, 라티 심포니 등 유럽 정상급 악단도 즐비하다. 올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도 ‘핀란드 바람’이 거세게 분다.

KBS 교향악단은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41)을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1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 현재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잉키넨은 12일 온라인을 통해서 취임 간담회를 갖는다.

잉키넨은 불과 27세에 뉴질랜드 심포니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해서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던 신성(新星). 현재 독일 자르브뤼켄의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과 일본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바그너 오페라의 본산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도 작곡가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할 예정이다.

당초 지휘자 정명훈도 KBS 교향악단의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정명훈은 기자 간담회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악단을 발전시키고 문제 해결을 할 자신과 마음이 없다면 맡지 말아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흥미로운 건, 서울시향의 현재 음악 감독인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68) 역시 핀란드 출신이라는 점. 둘은 핀란드의 명문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공부한 ‘동문(同門)’이다. 심지어 스승도 핀란드의 전설적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인 요르마 파눌라(90)로 같다. 파눌라는 1973년부터 시벨리우스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에사 페카 살로넨(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미코 프랑크(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사카리 오라모(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같은 명지휘자들을 길러냈다. 세계 명문 악단에 포진한 그의 제자들을 두고 흔히 ‘파눌라 사단’이라고 부른다. 그의 이름을 딴 ‘요르마 파눌라 지휘 콩쿠르’도 1999년 창설됐다.

한국에서도 서울의 양대 오케스트라에 모두 핀란드 출신의 ‘파눌라 사단’이 포진한 셈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악보에 충실한 해석과 손 동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파눌라의 지휘 철학”이라며 “그렇기에 파눌라의 제자들은 레퍼토리나 작품 해석에서 천차만별로 보일 정도로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KBS 교향악단의 잉키넨과 서울시향의 벤스케 모두 핀란드 국민 음악가인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7곡) 음반으로 세계 음악계의 호평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벤스케가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 반면, 잉키넨은 바그너의 오페라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벨리우스(1865~1957)는 핀란드가 러시아의 압제에 시달렸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엽, 애국심을 고취하는 ‘핀란디아’ 같은 작품들을 발표해서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로 불린다. 음악원도 1939년 작곡가를 기념해서 ‘헬싱키 음악원'에서 ‘시벨리우스 음악원'으로 개명했다. 앞으로 한국 공연장에서 시벨리우스의 낭만적인 관현악곡이 자주 울려퍼질 것 같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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