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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11] 국민은 경찰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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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옥타버스 로이 코헨 ‘경찰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조니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경찰이 된 이상 설령 친구라 할지라도 살인범을 도망가게 해서는 안 된다. 믿고 찾아온 친구를 배반하는 일은 분명 고통스럽다. 그런 일은 다른 사람이 해주었으면 싶다. 하지만 대신할 다른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나서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옥타버스 로이 코헨 ‘경찰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중에서

의대생 한강 실종 사망 사건에 대한 의혹이 걷히지 않고 있다. 몇 시간 전까지 살갑게 대화를 주고받던 아들이 실종되고 닷새 만에 주검이 되어 돌아왔으니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사실 확인과 증거 수집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옥타버스 로이 코헨이 1952년에 발표한 단편 추리소설은 한때 좋은 친구였던 두 남자가 경찰관과 범죄자로 재회하는 이야기다. 강도 살인범이 되어 도주 중이던 텍스는 조니가 경찰관이 된 줄 모르고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긴장을 푼다. 그러나 텍스의 정체를 알고 있던 조니는 친구를 배반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아내를 시켜 경찰에 은밀히 연락해 놓은 상태다.

텍스도 조니의 제복을 발견, 형사들이 잠복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텍스는 조니를 협박, 그의 경찰복을 입고 조니의 아내를 인질 삼아 빠져나가려 한다. 하지만 텍스는 짧은 격투 끝에 체포당한다. 공과 사를 구별해서 경찰의 책임을 다했던 조니와 범인 앞에서 조니가 정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에 나올 리 없다고 눈치챈 형사들의 신속한 판단이 사건을 해결했다.

‘경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로 번역된 이 소설의 원제는 ‘언제나 경찰을 믿어라(Always Trust a Cop)’이다. 국민은 경찰을 믿고 싶다. 경찰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고 거짓을 편들지 않는다고, 힘 가진 자들만의 보디가드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경찰의 첫째 의무라는 신념으로 불철주야 수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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