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정한 '경기도 입양가정 지원조례' 유명무실
정인이 사건 이후 뒤늦게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시작
[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2021.01.05. mangust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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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온 두 살짜리 아이, 어른들은 '제2의 정인이'를 막겠다고 다짐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뒤 부랴부랴 입양아동 대책을 마련했지만, 한발 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양의 날인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입양 아동은 3933명이며, 이 가운데 장애 입양 아동은 65명이다.
도의회는 지난 2017년 입양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경기도 입양가정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는 ▲입양정책 수립·시행 ▲입양 관련 실태조사·연구 ▲입양·사후관리 절차 구축·운영 등 사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양가정에 대해 입양 축하금으로 1명당 100만원(장애아동의 경우 2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문제는 조례가 시행된 2018년부터 입양축하금은 지원됐지만, 조례의 핵심인 입양정책 수립과 실태조사·연구는 3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시작됐다는 점이다.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산 이후다.
도는 지난 3월25일 '아동의 건강한 성장, 행복한 미래'를 정책 목표로 '2021년도 입양정책 추진계획'을 세웠다.
처음 만든 입양 관련 기본계획이다. 그전까지는 아동정책기본계획에 입양기관 운영지원, 입양의 날 행사, 입양축하금 지원 등 단편적인 시행 계획만 담았다.
추진 계획에는 ▲입양절차의 국가책임 및 공공성 강화 ▲입양기관에 대한 공적 관리·감독 강화▲입양 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사후관리 강화 ▲입양아동 학대예방 및 대응체계 강화 등 중점 과제와 계획이 담겼다.
입양기관 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결연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지자체의 입양기관 합동점검을 연 1차례가 아닌 2차례로 늘렸다. 입양 뒤 1년 동안 2차례 방문을 포함해 4차례 진행되던 사후관리는 무조건 6차례 방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아동학대 인지 시 전문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통합 사례회의를 진행하고, 예비입양부모의 범죄경력이나 아동학대 이력을 확인하는 등 입양아동 학대 예방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입양기관 합동점검 계획은 잡히지 않았고, 사후관리 강화 방안도 지난 10일에서야 시행됐다.
실태조사·연구의 경우 올해 1월에서야 경기여성가족재단에 '입양체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입양아동을 돕기 위해 조례를 만들었지만, 3년 넘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유지되면서 아동학대를 막을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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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인 관리가 아니라 입양아동이 입양가정에서 적응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도내 한 병원으로 실려 와 뇌출혈 증상으로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A(2)양의 경우 3차례에 걸쳐 입양가정 방문이 이뤄졌다. 또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화성시에서도 아동학대 전수조사로 해당 가정에 방문했다.
매뉴얼대로 진행한 가정방문 당시 아이가 다치는 등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뉴얼이나 규정은 지금까지 계속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입양하는 과정이나 이후, 매뉴얼이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후관리 방문의 경우 예고 없이 방문하거나 이웃 등 주변조사를 통해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매뉴얼 자체를 실제 아이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해서 아이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에 초점이 입양부모에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를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국사회에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사후관리를 위한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의 신체 상황이나 부모와의 애착관계 등을 철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고 공공에서 입양기관을 관리·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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