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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함께하는 ‘가족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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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초가집
한국일보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소문난 초가집은 3대가 함께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다. 이신영(중앙)씨가 친정어머니 한기자(오른쪽)씨와 딸 강승민(왼쪽)씨와 식당 마당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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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혁신도시를 지나 초례봉 매여마을로 들어서면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농촌 풍경 속에 시골집 같은 작은 식당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초가집 방갈로와 주변 텃밭에는 미나리와 상추가 자라고 유채꽃도 만발했다.

“파김치인데요. 친정엄마가 만드셨어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야채와 국산 양념을 씁니다.”

사장 이신영(49세)씨가 직접 음식을 나르고 차린다. 설명을 듣고 나서 그런가, 엄마가 해 주던 집밥 맛이 난다.

이 식당 주방은 두 ‘어머니’가 지배하고 있다. 이 사장의 친정어머니 한기자(73세)씨가 주방장이고 시어머니 이정옥(74)씨가 주방 보조이자 텃밭 담당이다. 여기에 이 씨의 딸 강승민(23세)씨는 홀 서빙을 맡고 있다. 미래의 ‘사장님’이다. 고부와 사돈, 손녀까지 3대가 모여 함께 일하고 있다.

식당을 연 것은 2017년 봄이었다. 약 780평 규모에 본채와 방갈로 6개, 홀 3개가 있다. 주변 텃밭에서 대부분의 식재료를 조달한다. 코로나19에도 개인별 방갈로 덕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났다. 9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방갈로에서 빗소리 들으며 식사할 수 있다. 신선이 따로 없다.
한국일보

소문난 초가집에는 6개의 방갈로가 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며 식사할 수 있어 인기라는 방갈로의 모습.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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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뿌리를 더듬어보면 친정어머니가 나온다. 고향인 포항에서 식당을 경영했다. 식당에는 큰 기와집과 연못이 있었고 ‘요리’수준의 음식을 냈다. 자녀들이 모두 서울로 유학가면서 식당을 접었다.

식당을 다시 시작한 건 이씨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결혼해 살던 중 병에 걸렸다. 15년 전 휴양을 위해 친정에 내려왔다. 친정어머니와 유람을 다니다가 우연히 지금의 식당을 방문했다. 친정어머니가 말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 살면 네 건강이 좋아질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장사를 하고 싶네.”

마침 식당 주인이 가게를 내어 놓은 상태였다.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 친정어머니는 음식에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선택이었다.

시어머니는 ‘스카웃’ 형식으로 합류했다. 손님이 늘면서 주방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소식을 접한 시어머니가 “설거지라도 돕겠다”면서 서울에서 내려왔다. 2018년 초였다. 이후 당신의 평소 취미대로 텃밭을 가꾸고 관리하며 주방 보조를 자처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이가 됐다. 이를테면, 친정어머니가 음식을 만들면 시어머니가 음식의 간을 본다. 시어머니가 “싱겁다, 뭐가 좀 부족하다”고 하시면, 친정어머니는 “뭘 더 넣을까요”라며 다시 음식을 만든다. 이 씨는 “주방장보다 더 높은 주방 보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모든 것이 물 흘러가듯 쉽고 자연스러웠던 건 아니다. 이씨의 배려와 지혜가 두 사람의 돈독한 우정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시어머니가 처음 식당에 왔을 때는 두 분께 똑같이 대접했는데도 친정어머니는 “시어머니만 생각하네”, 시어머니는 “친정엄마를 더 생각하네”라고 했다. 물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마음이 담긴 말로 조율하는 수밖에 없다. 이씨가 친정어머니에게 붙었다, 시어머니에게 붙었다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조율하고 연주했다.

원거리에서 지원하는 가족도 있다. 이 집의 주 메뉴는 능이 백숙, 옻닭 백숙, 제주삼겹살인데, 제주도에 살고 있는 시아주버니가 제주삼겹살을 보내준다. 생삼겹살이라 쫄깃쫄깃하고 잡내가 없다. 어묵 볶음도 인기 메뉴다. 어묵은 부산에서 어묵 공장을 하는 막내 이모가 공수한다. “어묵 함량이 95%이상으로 원재료부터가 다르다”면서 이모네 공장 자랑을 했다. 채소는 말할 것도 없다. 시어머니가 텃밭에서 키운 것들을 사용한다. 메뉴는 제철재료를 사용해 계절마다 바뀐다. 김치와 반찬 모두 두 어머니와 이씨가 직접 만든다. 말 그대로 메뉴 모두가 가족들이 만든 ‘가족 음식’이다. 이씨의 소망은 ‘가족 음식’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세대를 이어가면서 ‘가족 음식’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에서 출발해 저와 제 딸 세대까지 100년 가는 식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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