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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클래식, 생각보다 쉽고 다가가기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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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대중화’ 나선 바리톤 김주택

오디션 프로그램 참여 큰 사랑 받아

“나 자신보다도 클래식 알리고 싶어”

최근 콘서트무대… 관객과 만남이어

세계일보

“유럽에서도 오페라 관람층을 넓히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우리나라 오페라 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오페라를 소개하기 위해 출연한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리톤 성악가 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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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에서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팬텀싱어 시즌2(2017년) 무대에 김주택이 올라섰을 때 그를 알아본 심사단에선 “아니, 여기 왜”란 반응이 나왔다. 전도유망한 정도가 아니라 세계 정상급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신진 성악가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진정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을 총망라한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악을 전공한 그의 모친이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말렸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데 소속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속사 사장님, 이사님이 엄청 말렸어요. ‘주택씨는 클래식 음악(클래식) 정통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런데도 김주택이 고집을 꺾지 않고 오디션 무대에 나선 건 화려한 조명을 받고, 방송을 타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제 뜻은 대중들에게 딱딱하게 굳혀진 성악가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성악가도 놀 줄 알고, 신나는 노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클래식 대중화’라는 난제의 현실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나 자신보다 클래식을 알리고 싶었어요. 만약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저 같은 성악가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 시청자께 알려드릴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클래식이 생각보다 쉽고 다가가기 좋다는 걸, 노래 언어가 달라도 눈감고 들으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나선 오디션이었지만 대중은 그를 선택했고 열띤 경연을 펼치면서 얻은 팬들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 김주택은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에서 얻은 팬들 사랑이 오페라에도 스며들길 바랐는데 팬텀싱어에 나간 후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 선 저를 보러 와주신 팬들이 남긴 후기를 읽으면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연은 실력 향상에도 보탬이 됐다. “팬텀싱어하면서 고음이 많이 뚫렸어요. 경연을 하다 보니 매번 한계에 도전해야 했어요. 그러고 났더니 엄청 힘들었지만, 성대가 단련됐는지 오페라 연습이 쉬워지고 시칠리아에서 무대에 올랐는데 고음이 ‘뻥뻥’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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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쉬었던 무대도 올 초부터 시작된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계기로 다시 활짝 열리고 있다. 최근 세계일보 용산 사옥에서 기자를 만난 김주택은 “어버이날에는 ‘미라클라스’와 ‘레테아모르’가 함께 공연했고 13일에는 하트하트재단 주최 콘서트에서 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다. 14, 15일에는 팬텀 스페셜·오케스트라 공연에도 참여한다”고 최근 활동을 소개했다. “코로나 일상은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몸이 악기인 성악가에게는 코로나19는 호흡기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특히 무서운 질병이거든요. 그래도 공연을 이어가려 했는데 지난해는 예정된 공연도 갑자기 엎어지면서 일정이 거의 없었죠. 지난해 2월 베니스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출연한 후 계속 국내 체류 중인데 고등학교 때 이탈리아로 유학한 후 가장 오래 머물고 있네요.”

원래 쉬지 않고 유럽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서던 김주택은 지난해 역시 베니스, 로마, 팔레르모 오페라 무대는 물론 카디프 지방에서 시작하는 4개월 일정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영국 투어에도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오페라 무대는 모두 취소됐고 새로운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본업은 성악가,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화려한 작품에 특화된 ‘베르디 바리톤’이다. “베르디 오페라를 많이 부르는 바리톤, ‘베르디아노’라고 하죠. 사실 바리톤은 고음의 테너와 저음의 베이스 사이에서 애매한 음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무쌍한 역할이 많은데 베르디가 바리톤을 위한 역할을 오페라에서 많이 썼어요. 베르디 이전만 해도 바리톤 음역이 확실하게 분리되지 않았죠. 테너와 베이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표현력으로 대중을 압도하는 게 바리톤 매력입니다. 소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해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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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무대에선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두꺼운 인연을 쌓았다. 유럽에서 정명훈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그의 오페라 무대에 오디션으로 발탁된 게 시작이다. “어린 나이에 밀라노 스칼라 극장 정명훈 선생님 지휘 무대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하신데 천둥·폭풍우가 치는 오케스트레이션에선 소리를 입으로 내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납니다. 가사 내용에 따라 표정도 변하시더라고요.”

여러 오페라 무대에서 다양한 지휘자를 경험했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이스라엘 출신 다니엘 오렌이라고 한다. 김주택은 “피렌체에서 ‘라보엠’을 함께 공연했는데 카리스마에 압도됐다. 그전에도 ‘라보엠’을 엄청 많이 공연했다고 자부했는데 그가 추구하는 대로 해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그 정도로 자신 음악에 확고하고 모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는 지휘자였다”고 말했다. “카리스마와 실력은 비례하죠. 자신감이 있어야 카리스마가 나와요. 자신감은 준비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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