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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인재 모셔라” 자사주 ‘당근’ 내놓는 IT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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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사재 털어

임직원에 주식 1000억 증여 발표

게임업체發 인재 확보 연봉 전쟁

‘주식 나눠주기’ 경쟁으로 확산세

네이버도 직원에 주식 지급 계획

일각 “기업 성장 발목 잡아” 우려도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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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갓래프톤’이라 부르겠다.”

지난 6일 크래프톤의 창업주인 장병규 의장이 사재 1000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하자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에 크래프톤 직원이 쓴 글이다. 이날 블라인드에는 “갑자기 없던 애사심이 생기려고 한다” 등 주식 증여와 관련한 크래프톤 직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주식 나눠주기’ 경쟁에 돌입했다.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성과급 인상뿐 아니라 이제는 일정 금액으로 회사 주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까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놓은 자사주 증여가 향후 기업 성장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난 6일 최대주주인 장 의장이 국내외 구성원은 물론 입사 예정자들에게도 사재 주식을 무상 증여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 의장이 출연하기로 한 사재 주식은 최대 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연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경우 과거 카카오게임즈처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 증여에 나선 곳은 크래프톤뿐만이 아니다. ‘검은사막’의 펄어비스도 자사주 지급 규모와 기준을 정해 사내 공지할 예정이고,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도 지난 4월 전 직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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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 경쟁이 이제 자사주 나눠주기 경쟁으로 확산된 모양새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3년간 매년 1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밝혔고, 카카오는 직원 2506명에게 스톡옵션으로 47만2900주를 지급한다.

IT업계 전반으로 번진 연봉인상과 자사주 증여는 인재영입이 목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96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T업계의 인건비 증가와 자사주 증여가 향후 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1분기 매출이 1조4991억원으로 29.8% 늘었지만, 영업비용도 1조2102억원으로 40.3%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년도 주가가 상승하면서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관련 비용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선에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보상안은 환영하지만 최근 자사주 증여는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업계의 자사주 증여 바람이 ‘마지막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사정에 맞는 보상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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