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인과성 평가·인정할 근거자료 불충분하다고 판단
“인과 관계 명확하게 ‘있다’, ‘없다’ 판단하기 어려워”
간호조무사 A씨, ‘인과성 불충분 중증 환자 의료비 지원’ 받을 듯
최대 1000만원…남편 “치료·간병비 일주일에 400만원”
한 의료진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사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 40대 간호조무사 A씨의 사례에 대해 당국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내렸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를 놓고 봤을 때 인과 관계의 개연성은 있으나, 그 인과성을 평가·인정할 만한 근거자료가 현재로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A씨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코로나19 예방 접종 후 인과성 불충분 중증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A씨 남편이 치료·간병비만 일주일에 400만원이 든다고 밝힌 상태인 만큼, 지원 액수의 적절성 등을 두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제11차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A씨 사례를 재심의한 결과 ‘백신과의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인과성 평가를 위한 근거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백신 접종 후 중환자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발생했으나,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인정을 위한 근거자료가 현재로선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조사반은 “임상 경과, 영상의학검사 등을 종합할 때 급성파종성뇌척수염(추정진단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사례와 근거를 검토한 결과, 백신과의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인과성 평가를 위한 근거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A씨 사례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상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로 분류되며,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진료하는 병원에서 임상 경과, MRI 등 영상의학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급성파종성뇌척수염으로 진단명을 일단 추정했다”면서도 “급성파종성뇌척수염은 백신과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있다, 없다를 판단하기 어려워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으로 판단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왼쪽)이 지난 8일 세종시 아름동 예방접종센터를 찾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문진을 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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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례는 지난달 23일 제9차 피해조사반회의에서도 한 차례 논의됐으나 조사반은 진단명 확정을 위해 추가 검사결과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판정을 보류한 바 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3월1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파종성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백신 접종 후 두통과 사물이 겹쳐 보이는 ‘양안복시’ 증상을 겪었고, 병원에 입원한 후에는 사지 마비 증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남편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택권도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백신을 맞았는데,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면서 ‘치료·간병비 부담’과 ‘관계 기관 간 떠넘기기’, ‘당국의 부작용 안내 부족’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감염병예방팀 직원들이 고령층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사전예약을 전화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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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례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진 못했지만, 정부가 새로 마련한 ‘백신 접종 후 인과성 근거 불충분으로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환자 의료비 지원’ 대상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추진단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했으나, 현재로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비 지원사업을 한시적으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백신 접종 후 중환자실 입원치료나 이에 준하는 질병이 발생했으나 피해조사반 또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 검토 결과 인과성 인정을 위한 근거자료가 불충분해 피해보상에서 제외된 환자로, 오는 17일부터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차후 근거자료가 마련돼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확인될 경우엔 앞서 지원된 의료비를 제외하고 보상이 이뤄진다. 다만 A씨 남편이 국민청원에서 “일주일에 치료비·간병비로 400만원이 나온다”고 밝힌 상황이라, 충분한 지원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조사반이 현재까지 진행된 11차례의 회의를 통해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79건, 중증사례 77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2건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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