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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양부 학대로 2세 '의식불명'…"정인이 사태로 달라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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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머니투데이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9개월 전 입양한 2살 영아를 학대해 의식불명에 빠뜨린 혐의로 30대 양부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유사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정인이 사태를 겪고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일 경기남부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4~8일 경기 화성시의 주거지에서 자신이 입양한 B양(2)이 말을 듣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손과 주먹, 나무 재질의 구두주걱 등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B양은 지난 8일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을 잃은 채 화성시 소재 한 병원에 실려오면서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B양의 얼굴 등 신체 곳곳에는 타박상이 의심되는 멍이 발견됐고, 병원 측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B양은 인천의 한 대형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아동학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전날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울면서 말을 안 듣고 칭얼대서 몇 대 손으로 때렸다"며 "이후 잠 들어 재웠다가 깨웠는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병원에 데려갔다"다며 학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정인이 사태'…입양기관 부실관리 논란

한국 사회에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알린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안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6개월 영아 정인이는 입양 8개월 만에 양모의 학대로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당시 경찰에 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으나 모두 묵살됐다.

이번 사건에도 입양기관이 세 차례에 걸쳐 A씨 부부의 가정을 방문했지만 학대 관련 의심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B양은 지난해 8월 입양됐지만 아직까지 관련 학대 신고는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피의자와 관련자 등 조사를 통해 정확한 학대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인이 사태를 겪고도 한국 사회가 나아지지 않았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고 입양기관의 입양아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그 사태를 지켜보고도 B양을 세 차례나 방문한 입양기관은 대체 무엇을 살펴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현행법에 따라 입양기관은 입양 1년 뒤까지 사후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입양가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A씨가 B양을 입양한 것은 지난해 8월로,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이 드러난 뒤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이른바 '정인이법'을 통과시켰다.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동학대 신고시 조사·수사 의무화, 신고의무 불이행시 과태료 상향,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 즉각 분리 등의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형량 강화 수준의 정책 변화로는 정작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 대표는 "양부 A씨는 B양이 (표현을 못하기에) 폭행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마음을 놓고 팬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기에 영아에 대한 모니터링 메뉴얼 등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의 면담 형식에 그치는 입양 사후관리 절차를 전면적으로 수정해, 학대를 받아도 표현을 못하는 영유아의 학대 여부를 적극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는 근절되기 어렵다"면서 "학대 아동 보호에 중점을 두되 개인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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