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된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홀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사 재판의 경우 첫 재판(인정심문)에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하지만 전씨 측은 의무가 아니다며 불출석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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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10일로 예정됐던 항소심 첫 공판이 24일로 연기됐다. '피고인 전두환'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면서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연기된 기일에도 전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혀 재판부가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24일 오후 2시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出廷)하지 않은 탓이다.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형사소송법 제365조 제2항 피고인 출정 관련 규정을 거론하며 피고인이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변호사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해당 규정을 법 주석서와 법원행정처 실무제요를 토대로 해석해 보면,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완화·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피고인 인정신문과 법정 출석 없이 개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측은 "형사소송법(제284조)상 피고인의 성명, 연령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며 "재판부가 특혜를 베풀어 피고인의 불출석 재판을 허가하는 것은 재판의 진정성 의심케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인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도록 돼 있다"며 "(연기된)기일에도 피고인이 불출석하면 그대로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는 전국 모든 법원의 항소심 절차"라며 "다시 정한 기일에도 피고인이 불출석한 뒤 불출석 허가를 신청하더라로 이를 받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재판부가 24일로 다시 잡은 첫 공판기일에도 전 전 대통령의 출석은 어렵다"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전 전 대통령이 변론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령 주석서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365조 2항은 피고인의 2회 불출석을 이유로 한 불출석 재판 허용을 규정한 것인데, 피고인의 해태(懈怠)에 의해 본인에 대한 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제재규정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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