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책·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아마도 존재감 제로
가족을 제재로 네 명의 작가가 쓴 청소년 단편소설을 엮었다. 지난 2010년 출간했던 앤솔로지 '가족입니까'의 후속 작품이다.
가족 해체, 1인 가구 증가,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 동성 가족을 비롯한 새로운 가족 형태에 관한 담론 등으로 인해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흔들리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네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각자 문제를 안고 있다. 갈등이 속으로 곪은 재혼 가정, 학업에 충실한 대신 몰래 아르바이트하는 딸이나 기숙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아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진 가족들, 성적 저하로 자신감을 잃은 아들과 삶에 지친 아빠가 등장한다.
이들 가족은 모두 여행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법을 찾아 고민한다. 낯선 여행길에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 넓히기 시작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김해원 '빗방울', 김혜연 '기온 거리의 찻집', 김혜진 '크로아티아 괴담 투어', 임어진 '비바 라 비다'가 실렸다.
바람의아이들. 220쪽. 1만3천 원.
▲ 파란 책 =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컴퓨터게임 천재로 불리는 스페인 소년 레오가 네 과목에서 낙제하고 벌칙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을 조사하는 역사 과제를 부여받는다.
태어나서 처음 도서관에 간 레오는 먼지를 뒤집어쓴 파란 책을 빌려온다. 장서 목록에도 없는 신비스러운 책. 고고학 박물관 학예사 폴츠의 이야기다.
책 속에서 폴츠는 악의 세력과 맞서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엄청난 보물을 찾고 있다. 급기야 폴츠는 레오에게 말을 걸어오고, 레오는 친구들과 함께 파란 책 안으로 들어가 고대와 중세, 현대를 넘나들며 보물을 찾는 모험에 동참한다.
고고학과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색깔이 묻어나는 청소년 소설이다. 컴퓨터 게임 대신 오랜만에 책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문학동네. 448쪽. 1만5천500원.
▲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자동차 사고로 엄마와 언니, 동생을 모두 잃은 열두 살 소녀 코요테.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아빠 로데오와 코요테는 집을 떠나 이동식 주택 격인 스쿨버스에서 살며 전국을 떠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빠와 딸로 부르지 않으며, 먼저 떠난 가족과 과거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을 지킨다. 과거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플로리다를 여행 중이던 코요테는 5년 전 엄마, 자매와 함께 추억 상자를 묻은 집 근처 공원이 사라질 것이란 소식을 듣는다. 소중한 상자를 잃을 수 없는 코요테는 어떤 선택을 할까.
성장소설이자 가족 소설이면서 로드 무비 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을 쓰려고 6천500km를 직접 달리며 답사했다고 한다.
놀. 368쪽. 1만4천500원.
▲ 아마도 존재감 제로 = 탐신 윈터 지음. 김인경 옮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정신과 상담 결과 '선택적 함구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학교 아이들은 그를 '음 소거 개미'라고 놀리며 폭력을 가한다.
너무나 힘들었던 로절린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한다. 익명의 블로그에 학교 폭력 가해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고발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대변인을 자임하고 나선 로절린드는 수많은 학생의 지지를 얻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사칭 블로그가 생겨 가해자들을 혐오하고 괴롭히는 또 다른 폭력이 생기면서 그는 고민에 빠진다.
뜨인돌. 300쪽. 1만3천 원.
lesl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