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와 코인 열풍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증권사는 왜 코인 거래소를 안 만드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국내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툭하면 발생하는 오류와 서버 점검, 시세 급등락 때마다 반복되는 입출금 불가 메시지에 분통이 터진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기존 증권사들은 왜 코인 거래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의 주식거래 시장과 달리 코인 시장은 서너 개의 대형 거래소가 독과점하고 있는 무주공산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4대 거래소의 올해 수수료 수익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눈앞에 두고도 증권사들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는 까닭은 결국 정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향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때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대금 1, 2위를 다퉜던 빗썸과 업비트는 2018년 1월 정부의 철퇴를 맞고 후발 주자로 내려앉았다. 이 자리를 중국계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 후오비가 차지했다. 바이낸스와 후오비의 일일 거래대금은 20조원이 넘는다. 빗썸, 업비트의 약 50배 수준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로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과 고용 창출 효과, 막대한 자본 유입이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다.
무분별한 코인 투자를 무조건 허용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 없이 정부가 앞장서 주홍글씨 새기기만 급급한다면 한국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영원한 2류 국가로 전락할 뿐이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8호 (2021.05.12~2021.05.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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