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대북 교류 거점 연구' 용역 보고서
"국비 등 투입해 9개 북한 공항 정비·건설" 방안
여당 의원들 '남북 항공협력' 명시한 법 개정안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와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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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인천국제공항을 ‘대북 교류 거점’으로 키우겠다며 외부기관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4조4000억원을 들여 북한에 공항을 건설하거나 정비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때마침 지난달 26일 여당 의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ㆍ한국공항공사가 이런 사업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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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금강산·백두산 공항 우선 개발"
앞서 인천시는 인천공항을 대북 거점공항(외국인의 방북 환승, 북한관광 및 수출입 거점)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지난해 5월 한국교통대 산학협력단(용역비 1억3500만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항공 분야의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다. 지난달 11일 그 결과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인천국제공항 대북 교류 거점 연구’ 용역결과 보고서는 "항공이 철도보다 현대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적을 것"이라면서 북한 공항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9곳의 북한 공항을 개보수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안이 포함됐다. 북한 전역의 50개 이상의 공항 중 8개 공항을 대표공항으로 꼽았고, 러시아에 인접한 나선시에는 신공항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인천국제공항 대북교류거점 연구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보고서는 "(국제공항인) 순안공항과 원산공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 공항은 활주로, 여객터미널, 항행안전시설 등 인프라가 낙후돼 있어 전면적인 보수 또는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 수요가 가장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양(순안공항)ㆍ금강산(원산공항)ㆍ백두산(삼지연공항) 인근 공항을 우선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교류가 활성화되고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 2차적으로 일반공항에 대한 공항 건설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4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국비 또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ㆍ민관협력사업) 방식"으로 조달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외에 1조8000억원의 국비를 들이는 서해남북평화도로(영종도-강화-개성-해주 노선) 건설안 등도 보고서에 담았다.
또 ‘대북 비즈니스 플랫폼’(예산 300억원) 구축과 관련해 "중국 단둥에 소재했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사무실을 영종도에 유치해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제안하는가 하면, 영종도와 30~50㎞ 떨어진 북한의 해주, 개성 등을 잇는 ‘대북 도심항공 터미널’(예산 180억원) 사업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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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관련법 개정안 발의
인천시의 이번 연구용역 결과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의원 대부분(37명 중 33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상황에서 최근 여당이 이런 계획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상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인천국제공항공사ㆍ한국공항공사 업무에 "남북한 간 항공산업의 교류 및 협력을 위한 사업"을 명시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박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인적ㆍ물적 자원의 원활한 운송을 위한 남북 항공노선 개설 및 북한의 낙후된 공항시설에 대한 개선"을 들었다.
지난 2017년 9월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발사 장면이라며 공개한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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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성 문제와 함께 개정안 발의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공항 건설과 같은 남북 합작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이어서 현실화가 어렵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고 개방이 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굳이 지금 개정안을 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기호 의원은 "재원 문제로 정부의 장기계획에 국내 낙후 지역의 교통 여건 개선안도 담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북핵과 미사일 발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북한에 공항을 지어주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공항 시설을 우리가 지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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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료 빠지고 해외 참고사례 비현실적"
이번 연구용역과 관련 앞서 인천시의회에선 ‘부실 용역’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교통대(한국철도대와 충주대가 2012년 통합)가 철도 중심의 연구대학인데다가, 현재 평양 노선이 있는 베이징ㆍ선양ㆍ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의 여객수요 등 중요한 기초 데이터조차 연구에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뜬금없이 과거 금강산 방문객 통계나 정부의 국민여행실태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향후 20년간 수요 증가를 예측하는 등 용역 결과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19년 12월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의 여객 출발 시간표의 모습. 12시 20분에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하는 고려항공 JS272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동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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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고서가 해외 참고 사례로 1970년대 동ㆍ서독의 항공 협력, 2008년 중국-대만 간 직항 개설, 홍콩과 중국 본토 간 협력 등을 들고 있는 점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센터장은 "북한 경제나 사회체제, 개방 수준 등 모든 요소가 중국은 물론 과거 동독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으면 결론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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