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노조가 가른 車산업 양극화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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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등 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는 반면, 사측과 큰 마찰 없이 임금을 협상마무리하는 노조들이 늘어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COVID-19) 위기 속에서도 노사가 서로 양보하며 갈등보다 신뢰와 화합을 택했다.
지난 3월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SK이노베이션은 임금교섭에서 역대 최단 시간 잠정합의, 역대 최고 투표율·찬성률 기록을 세웠다. 20분 만에 잠정합의안을 만들고, 전체 조합원 중 93.5%가 투표에 참여해 90.9%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임금인상률이 높았던 것도 아니다. 올해 SK이노베이션 임금인상률은 0.5%에 불과하다. 지난해 최악의 영업실적을 내며 성과급 등도 곤두박질쳤지만 조합원들은 개의치 않고 찬성에 표를 던졌다.
이는 기존에 사측과 합의했던 원칙을 지키려는 노조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SK이노베이션도 한때는 강성 노조와 회사 간 갈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노사 합의 당시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한 임금협상 프레임, 구성원 1% 기본급 행복나눔, 생애주기를 반영한 급여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원칙을 도출하면서 5년째 '초고속' 무분규 협상이 지속되는 중이다.
노조는 사측의 경영상황이 어려울 때도 전년도 물가 상승에 따라 다음해 임금 상승을 보장받을 수 있고, 사측은 경영성과가 좋을 때 과도한 임금 인상 부담을 덜 수 있는 '윈-윈' 제도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올해 임금인상률 역시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0.5%)에 연동하기로 한 원칙에 따라 0.5%로 확정됐고, 조합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끝낸 현대오일뱅크 노조도 갈등 대신 화합을 택했다.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동종사 평균으로 하자고 뜻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정유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지양하자는 데 사측과 노조가 공감대를 이뤘다. 현대오일뱅크는 1964년 창사 이래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 노조가 임금 결정을 회사에 위임하는 등 노사 간 두터운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철강업계에선 동국제강 노사가 가장 먼저 협상을 마무리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래 27년째 평화적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노조도 임단협(임금 및 단체 협약) 관련 사항을 사측에 전부 위임했다. 금호석유화학 3개 노조는 지난 3월 임단협 위임식을 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영권 관련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는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협상권을 회사에 전부 위임한다"고 밝혔다. 금호피앤비화학과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 등 계열사 4사 노조도 임단협 관련 사항을 전부 위임하며 회사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그룹의 비전과 중장기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 노조의 공통된 입장이다. 오현우 금호미쓰이화학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우선으로 생각해 위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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