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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인도 한국기업 700곳 “코로나가 공장·시장 다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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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령에 기업들 직격탄

조선일보

하루 4000명 사망… 곳곳이 화장터 - 지난 8일 인도 북부 도시 알라하바드에서 한 사람이 코로나로 숨진 사체를 태우는 장작더미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인도에선 최근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며 하루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고, 하루 사망자도 4000명을 웃돌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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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대기업의 CEO(최고경영자)는 주말인 지난 8일과 9일 출근해 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가졌다. 이 회사는 인도 첸나이 지역에 공장이 있는데, 부품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베트남·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인도 공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세계 각국이 인도 선박·선원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하고 있어 인도행 선박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 재고가 1~2주일치밖에 안 남아 매일 인도 현지와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도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초비상 상태다. 인도에서는 8일 하루에만 코로나 신규 확진자 40만3738명이 발생했다.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힌다.

◇韓기업의 대표 공장이자 시장이 무너진다

9일 업계와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700여사. 이 기업들은 인도 정부의 봉쇄 정책에 따라 현지 채용 인력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며, 주재원들의 가족은 한국으로 귀국시키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는 10일부터 15일까지 설비 보수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봉쇄 지역이 늘어나면서 주말 특근을 취소하고 주말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예년 여름휴가철에 하던 설비 보수도 아예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측은 “생산에는 아직 직접적인 차질이 없지만 봉쇄 지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현재 인도 판매 딜러의 약 20%만 정상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인도는 미국·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자, 지난해 해외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역시 인도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다시 세우느라 분주하다. 인도는 삼성전자에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갤럭시 스마트폰 중저가 라인과 인도 특화 제품을 내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다. 하지만 봉쇄 사태 여파로 온라인 판매까지 일부 차질을 빚고,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분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코로나 사태로 이런 전략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LG전자도 노이다와 푸네 소재 가전 공장의 생산 계획을 기존보다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한 대기업 대표는 “차라리 공장을 2주일 정도 셧다운하는 게 나은데 인도 현지 채용 인력들은 공장이 방역 상태가 좋고 시원하기 때문에 계속 나오려 한다”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올 상반기 사업 실적은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도발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도

업계에서는 ‘인도발 해운 물류 대란’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인도를 경유한 선박과 선원의 입항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에선 지난 3월 말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 때를 뛰어넘는 물류 경색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 선원 160만명 중 약 24만명이 인도 출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저우산항은 최근 3개월간 인도·방글라데시에 들른 선박·선원의 입항을 막고 있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도 최근 인도를 경유한 선원이 선박에서 내릴 수 없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물동량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 2위, 저우산항은 3위다.

인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해운 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이사는 “우리 업계가 고용한 외국인 선원 1만2000명 중 인도인은 130명 수준이라 아직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서도 “인도 코로나 확산세가 몇 달 더 지속되면 세계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의 물류가 꽉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해운망이 연쇄적으로 삐걱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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