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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中텐센트에 펀치 날린 인도, 한국 게임이 코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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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도의 중국앱 보복조치때

텐센트가 운영한 한국게임 퇴출

국내 게임 다수, 텐센트가 대주주

중국발 외교문제 유탄 맞을수도

최근 텐센트, 中정부에 절대복종

업계 “이대로면 中에 휘둘릴 것”

조선일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이미지/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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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지난 6일 인도 현지 홈페이지를 열고 중·인 국경 분쟁의 여파로 인도에서 퇴출당했던 자사의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재진출을 선언했다. 현지에서 이 게임이 퇴출당한 지 7개월 만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작년 10월 30일 인도의 모든 모바일 앱장터에서 사라졌다. 인도가 대중(對中) 보복 차원에서 중국 앱 275개를 현지에서 퇴출시켰는데, 그 블랙리스트에 함께 오른 것이다. 중국 텐센트가 게임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로, 한·일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운영을 맡고 있다. 퇴출 당시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하루 이용자는 무려 3300만명. 하루아침에 큰 시장을 잃은 크래프톤은 한 달 만에 인도 현지 법인을 세우고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를 위해 1억달러(약 1121억원)가 넘는 투자도 약속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으로선 피해가 크지만 대주주인 텐센트에 항의하거나 배상을 청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외교정치적 문제로 유탄을 맞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다수 게임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온 중국 텐센트가 있다.

◇한국 게임 업계에 깊게 침투한 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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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올해에만 로얄크로우·앤유·앤트파이브 같은 한국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 수십억~수백억원씩 투자해 각 사의 최대 또는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지난 4년간 신작이 없던 네이버의 ‘라인게임즈’에도 최근 500억원(지분 5.57%)을 투자했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인기작 배틀그라운드를 텐센트가 쥐락펴락하게 된 것처럼, 이들 기업들이 향후 출시하는 신작들도 텐센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게다가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17.55%), 카카오게임즈의 2대 주주(4.29%)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2010년 무렵부터 한국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텐센트의 영향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크래프톤이다. 2019년 5월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서비스가 종료되던 날 텐센트는 이 게임을 베낀 ‘화평정영’이라는 게임을 내놓으며 기존 배틀그라운드 이용자와 데이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크래프톤은 중국 시장을 하루아침에 뺏기고서도 “양사의 원만한 합의에 따른 조치”라고만 설명했지만 국내 게임 업계에선 “배틀그라운드에 허가증이 안 나오며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텐센트가 지난해 말 크래프톤의 지분을 기존 13.2%에서 16.4%로 늘려, 최대 주주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의 지분 격차를 1%포인트로 좁힌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 “텐센트의 리스크는 우리 리스크”… 노심초사 韓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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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중국 지역 프로리그(LPL)에서 프로게이머의 유니폼에 있던 나이키 로고가 'LPL'이 쓰여진 테이프로 가려진 모습./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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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에 수조원 규모의 반독점 과태료를 물리는 사례를 목격한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납작 엎드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사전 예약 6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감이 높았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정부로부터 ‘청소년 보호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당하며 9개월째 출시조차 못하고 있다. 텐센트가 개발사인 넥슨 측에 중국 정부의 요구에 맞도록 게임의 대폭 수정을 요청하며 출시 일정이 미뤄지게 된 것이다.

게임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텐센트를 통해 국내 게임사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세계 최대 e스포츠 경기인 ‘리그오브레전드’ 중국 지역 프로리그 방송에서 스폰서인 미국 나이키의 로고를 모두 지워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나이키가 인권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의 면화를 불매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라이엇게임즈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지난 2011년 텐센트에 인수돼 중국 정부의 입김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한국 기업에 지배력을 지금처럼 빠르게 확대한다면 한국 업체도 언제 중국 정부가 좌우하는 장기판의 말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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