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노조가 가른 車산업 양극화①
"노조 때문에 망할거다. 문 닫고 철수해라."
"직장잃고 백수되면 후회할 것이다. 취업 못하는 청년들 줄섰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까지 겹치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무리한 성과급 요구와 비정상적인 파업을 반복하자 '저주'에 가까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판매 부진에 시달리면서 대규모 적자를 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의 경우 '노조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며 '철수설'까지 불거졌다.
업계 안팎에선 '고용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초강성 투쟁을 이끌어온 '노조'로 인해 40만개 가까운 일자리(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3사 자체 추정치 합산)가 벼랑 끝에 몰리는 역설에 직면했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온다. 반면 '갈등'보단 '화합' 쪽으로 노사 분위기가 달라진 현대차·기아의 내수 독주는 갈수록 가속이 붙으면서 나머지 완성차 3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난입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원들/사진제공=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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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적자·고강도 구조조정도 나몰라라..車반도체 쓰나미 오는데 '하투'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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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이 가장 심각한 업체는 르노삼성이다. 8년만에 적자를 내며 임원의 40% 줄이고 정규직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지난해(2020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아직까지 끝내지 못했다.
노조는 10개월째 협상을 끌어오다 급기야 지난 6일 기습 파업까지 단행했다. 지난달 30일에 이은 올해 2번째 파업이다. 사측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직영 정비사업소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0곳 중 2곳(인천·경남 창원)을 폐쇄한다는 방침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은 뒤 관까지 들고 정비사업소에 난입하기도 했다. 노조는 '요구 수용 전까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에도 총 195시간 노조 파업으로 16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올해도 46시간 파업(지난 4일 기준)에 따른 손실액이 벌써 580억원에 달한다. 이번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곧바로 올해(2021년) 임금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악재가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1년 내내 노사 협상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반도체 대란으로 한국GM이 19~23일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 2공장을 50% 감산 체제로 운영했으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전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사진은 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의 모습.2021.4.1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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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에 감산으로 버티고 있는 사측에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 요구가 담긴 임금 인상안을 확정해 통보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달 중 첫 노사 상견례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하투(夏鬪)'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판매 회복세 조짐이 보이자마자 노조가 또다시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조 파업으로 2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3000억원대 손실이 났다.
한국GM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공장 가동률 조절과 휴업으로 2만여대가 넘는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사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노조는 임금만 논의해야 하는 올해 교섭에 단협 사항 요구안을 포함시키는 등 험난한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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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조→실적 악화' 악순환에 車산업 양극화 심화..'철수설'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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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성 노조의 득세가 실적 악화로 직결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 내 양극화도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8년만에 첫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GM도 영업손실이 3168억원에 이르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판매량도 감소세다. 르노삼성은 1만3129대, 한국GM은 1만7353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4.3%, 8.9% 줄었다. 지난달(4월)에도 판매량이 각각 28.6%, 25.4%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르노그룹의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가 "한국시장에 남아있길 강하게 원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파업 때마다 '철수설'이 나오는 한국GM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노조를 압박한 셈이다.
한국GM은 이미 2018년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두며 노조에 직격탄을 날린 경험이 있다. 당시 1900명의 일자리가 눈앞에서 한번에 사라졌지만 한국 사업장의 철수를 막고 나머지 임직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도 이 자구안을 수용했다.
아울러 200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약 76일간 경기도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옥쇄파업' 노조의 역사를 쓴 쌍용차도 당시 해고자들의 복직까지 이뤄냈지만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10년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다시 일자리를 잃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 1분기 내수 판매 실적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입차 1·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시장이 현대차·기아·벤츠·BMW의 4강 구도로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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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노사 훈풍에 날개단 '현대차'..미래차 대응 노동유연성 확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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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는 11년만에 임금 '동결'에 2년 연속 무분규로 노사 상생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나홀로 질주 중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8% 증가한 1조65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2조7813억원의 약 60% 수준을 달성한 깜짝 실적이다. 글로벌 신차 판매량도 총 100만281대로 10.7% 증가했다. 전년대비 16.6% 늘어난 내수 판매량(18만5413대)이 뒷받침한 결과다.
지난해 르노삼성·한국GM과 같이 파업을 선택했던 기아의 행보도 주목된다. 올 들어 현대차와 같이 실적 호조세를 보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기아 노조가 현대차 협상 강도에 따라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르노삼성·한국GM 노조를 향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신차부족과 노사갈등 등으로 한국GM·르노삼성·쌍용 3사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간 양극화도 심화됐다"며 "지난해 현대차·기아 시장 점유율이 70%를 돌파한 가운데 3사는 영업실적 악화로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수입차에 역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적 노사관계와 과도한 노조 권한 등은 물량조정·전환배치·온라인 차판매 등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을 어렵게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악재에 노사간 양보와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미래차 전환 촉진을 위한 노동유연성 제도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법원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15일 오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쌍용차는 2011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후 10년 만에 다시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2021.4.1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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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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