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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투자금 먹튀·회삿돈 횡령···'제2 벤처 붐'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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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시장 '뭉칫돈' 몰리자

지원금만 수령 뒤 폐업 잦아져

창업자 압박 '블랙 엔젤'도 극성

도덕적 해이에 버블닷컴 데자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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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시장이 최근 크게 성장하면서 사상 최대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지만 관련 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조 단위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도 많아지고 있지만 투자금만 받고 종적을 감추거나 회사 자금을 오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대 초 거액의 투자금으로 몸집만 불린 채 성과 없이 사라져버린 일부 닷컴버블의 붕괴 같은 부작용이 재연되지 않도록 당국과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A사의 한 임원은 회사 자금을 오용한 것이 투자사에 발견돼 해고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는 적자가 나는 스타트업이 대다수지만 투자금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유인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창업자들은 정부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뒤 업계에서 종적을 감추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타트업계에서는 수천만 원대의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령한 뒤 몇 개월 만에 폐업을 결정한 사례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면서 "투자만 받고 결과물을 내놓지 않아도 창업자의 신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투자금으로 덩치만 키우고 성과는 뒷전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 부담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스타트업 대표의 사례도 있다. 40대 스타트업 대표 B 씨는 지난해 성과 중압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20대 후반의 젊은 대표 C 씨는 과도한 업무량에 건강이 악화하며 수면 중 돌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빨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탓이 크다"며 "과열된 업계 분위기가 스타트업 대표들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젊은 창업가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역설적이게도 ‘제2 벤처붐’으로 상징되는 스타트업 열풍 탓이 크다. 유동성 과잉으로 검증되지 않은 ‘블랙엔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계로 대거 몰려들어 거액의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며 창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계에 한층 건강한 투자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벤처·스타트업은 코로나19 이후 혁신 성장을 주도할 산업"이라며 "정부과 관련 당국이 투자 확대와 함께 스타트업의 부작용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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