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남은 1년 이것만은 바꾸자]실패한 부동산과의 전쟁
부동산대책 25번이나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 83% 올라 평균 11억
지방은 8.6% 상승 양극화 심화
공공개발 만으론 시장안정 한계
정비사업 규제 완화도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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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은 말 그대로 ‘부동산과의 전쟁’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 후 4년간 총 25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전문가들은 끝내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하고 집값이 치솟았을 뿐 아니라 대출과 세금·공급 등 금융과 세제까지 총동원한 규제로 오히려 시장이 왜곡됐다는 혹평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남은 임기 1년 동안 전격적인 기조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해소 등 실수요층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만이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6억 서울집, 4년 만에 11억원으로···“신념으로 시장 흔든 결과”=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정부 출범 당시 평균 6억 708만 원에서 4년이 지난 현재 11억 1,123만 원이 됐다.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51.9%, 서울은 83%가 올랐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전세 가격은 전국 28.5%, 서울 43.1% 급등했다.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억 8,704만 원에서 2억 321만 원으로 8.65%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과도한 상승도 문제지만 전국 집값의 양극화도 악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책 실패”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코로나19, 유동성 확대, 저금리 등 대외 환경 때문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유동성이 풍부해도 정부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집 값이 이 정도로 뛰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제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 상황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실책”이라며 “저금리나 유동성 확대 등 집값 상승 요인이 형성됐다면 이에 맞게 시장의 문제 제기를 해소했어야 했는데 정책 일관성만 집중하다 보니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권의 신념에 맞춰 시장 원리와 반대되는 정책을 고수한 것이 정책 실패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를 테면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공급은 충분하지만 ‘투기꾼’이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2주택자나 임대 사업자, 고가 주택 보유자를 일종의 ‘적폐’로 몰아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등 이념적 접근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벼락 거지된 무주택자, 세금 부담 는 1주택자 구제해야”=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장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념만 갖고 시장을 흔들려고 했던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진단이 잘못된 데다 처방마저 잘못됐다. 문제가 불거진 뒤 수정을 하지 않고 기존 방식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잘못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나 1주택자마저 피해를 입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1년 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추진하기보다 그동안의 정책으로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수요층을 구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은 1순위로 꼽힌다. 실거주 주택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어서 집값 상승에 책임이 없는데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으로 세금·건보료 등 비용 부담이 급등하는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심 교수는 “왜곡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며 “소득이 없는 연금 생활자나 규제로 집을 못 사 ‘벼락 거지’가 된 사람 등이 특히 그렇다. 남은 1년은 억울한 사람이라도 구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금 부담 가중은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할 문제”라며 “남은 1년 동안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도 우선순위다. 정부는 현재 규제 지역 내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9억 원 초과분은 20%)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지난 4년간 가격 급등으로 고소득 연봉 직장인이라도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금의 대출 규제는 오히려 수요자들을 ‘전세 난민’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기존 스탠스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주택 최초 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에게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1주택자 또한 결국 생애 주기에 맞춰 결혼·출산 등으로 적합한 집으로 이동해야 한다. 실수요층의 주거 이동을 고려해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비 사업 규제 완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익 환수를 전제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장기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서울 시내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묶어두고 3기 신도시처럼 공공 개발 방식의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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