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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코로나 화약고' 떠오르는 네팔, 인도보다 더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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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인도와 국경을 맞댄 네팔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전보다 확진자가 80배 넘게 급증하는 등 이미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진 상태다. 네팔의 낙후된 의료체계와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인도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 자유롭게 오가는 네팔인들…확진자 한 달 만에 100명대→8000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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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화장터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화장되고 있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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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내려갔던 네팔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7일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네팔의 신규 확진자는 8970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누적 확진자는 총 36만8580명으로 늘었다.

CNN에 따르면 네팔은 현재 인구 10만명당 약 20건의 신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2주 전 인도의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네팔의 코로나19 상황은 국경을 맞댄 인도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네팔 시민들은 여권이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인도 국경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어 코로나19가 더욱 쉽게 유입됐다.

코로나19가 네팔 내에서 급격히 확산하는데도 여전히 네팔 시민들은 여권 없이 인도 국경을 오가고 있다. 최근 인도로 갈 수 있는 국경 통과지점이 35개에서 15개로 줄었지만 네팔 시민들은 코로나19 검사 없이 국경을 통과해 네팔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이에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반케 지역 당국자는 네팔 시민들이 인도에서 국경을 넘어 귀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누구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양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 시설이나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팔의 공중 보건 연구 과학자인 사미르 마니 딕시트는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에 퍼지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4월 한 달간 인도와 네팔에서 열린 대규모 종교 축제도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겼다. 네팔 전 국왕 부부는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힌두교 축제 쿰브멜라에 참가했다가 귀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도 종교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네팔 정부는 뒤늦게 카트만두 등 일부 지역에 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전문가들은 뒤늦은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인 수렌드라 라브는 "종교 축제와 결혼식 등이 코로나19를 악화시켰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고 내부 정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인 수레쉬 판티는 네팔이 코로나19 첫 번째 파동이 재앙으로 흘러가는 것을 피한 뒤 너무 안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경 너머에서 코로나19 확산하는 동안 귀국하는 시민들을 위한 격리 시스템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네팔 정부는 이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팔, 인도보다 코로나19 상황 더 심각해 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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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네팔의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병원 응급실 밖에서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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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네팔이 인도 만큼이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팔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인도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네팔의 전체 인구는 3100만명이지만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병상은 1595개뿐이다. 인공호흡기는 480개에 불과하다.

네팔에서는 이미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네팔 보건긴급운영센터(HEOC)에 따르면 전국 77개 지역 중 22개 지역이 병상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 국경 도시의 한 코로나19 중환자실(ICU) 병동 의사는 CNN에 현재 병원이 너무 붐벼 경미한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집에서 격리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네팔은 인도보다 1인당 의사 수가 적고 백신 접종률이 낮다. 네팔 정부는 장기 휴가 중이거나 퇴직한 의료진들까지 코로나19 대응에 동원하고 있다. 네팔의 보건 당국자는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네팔의 의료시스템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네팔의 코로나19 검사 양성률이 44%에 달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인도 양성률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관리불능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발견하지 못한 감염자도 상당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앞으로 몇 주가 네팔의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는 데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팔 정부는 봉쇄 조치를 발령하는 한편 지난 6일 자정부터 14일까지 모든 국제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 77개 지역 중 46개 지역에 집회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으로 관건은 네팔 시민들이 얼마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잘 따르는지다. 하지만 5월에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대규모 축제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보건당국은 네팔 시민들이 봉쇄 등 조치를 준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팔의 한 보건당국자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방역 조치를 따르라고 지시하는 데 지쳐버렸다"고 토로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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