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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후 Talk] "맞다"던 취재원도 돌아서…'친문' 양정철, 이재명 왜 만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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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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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권 관계자로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가 주최한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분임 토의에 양 전 원장이 조용히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도 만났다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1일 토요일에는 수원 모처에서 양 전 원장과 이 지사가 따로 만났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친문 복심으로 꼽히는 양 전 원장이 자가격리가 풀리자마자 만난 사람 중 이 지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 "맞다"던 李 측근도 돌아서…지난한 취재 확인

양 전 원장이 출국하기 전 연락해왔던 휴대전화는 먹통이었습니다. 전화기는 계속 꺼져있었고, 두 달 전 보내놓은 메시지도 '읽지 않음' 상태였습니다.

눈길을 돌려 아침 일찍 이 지사 측 한 민주당 의원과 통화했습니다. 양 전 원장을 만났느냐고 묻자 "내가 아니라 이 지사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느 쪽의 요청이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나머지는 알아서 취재해라. 이런 내용은 지사님한테 도움이 안 된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단서를 물고 취재한 다른 이 지사 측 관계자들 이야기는 하나같이 "모른다"였습니다. 처음 두 사람의 만남을 인정했던 인사도 한나절이 지나자 모호한 태도로 돌변하더니, 급기야 "양 전 원장이 만났다면 내가 아니라 이 지사일 거라는 가정의 의미였다"며 말을 뒤집었습니다. 취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 이재명 "아직 안 만났음", 양정철 "정치 안 해"…커지는 궁금증

결국 이 지사 본인에게 물어야 했습니다. 오후 늦게 이 지사는 문자로 "아직 안 만났음"이라고 답했습니다. 만났더라도 답을 피한다면 "아니다"라는 식으로 부정할 텐데, '아직'이라는 단어를 쓰니 더 신빙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만날 예정인 것인가" 묻자,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재차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엔 문자로 "아닙니다"라는 답이 왔습니다. 만나지 않았다는 뜻인지 묻는 재질문엔 또 답이 끊겼습니다. 왠지 모를 찝찝함만 남기고 보도를 접은 채 하루를 끝냈습니다.

양 전 원장의 답이 온 건 2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양 전 원장은 "정치를 안 하겠다. 내버려 두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굳이 메시지를 '읽음' 처리하지 않아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제일 마지막 메시지에 이 지사와의 만남을 물었지만, 마찬가지로 답은 없었습니다.

'1일 토요일, 수원, 티타임, 이 지사 측 의원의 긍정'

그냥 접기에는 아까운 단서들이었습니다. 통화를 한 양 전 원장 주변 인사들은 대부분 "양 전 원장이 이 지사를 만났다면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유력한 1위인 민주당 대선 주자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002년 문재인 변호사와 만나 함께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하고, 이후 재수 끝에 문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막후 역할을 한 핵심 측근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인 마지막 비서실장 자리에서 고배를 마시고, 친문(親文)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양 전 원장이 자의반 타의반 미국으로 향한 것도 좁아진 자신의 입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이 시점에서 이 지사와의 회동이 알려지는 것은 친문의 권력 암투에서 밀려난 양 전 원장이 이른바 탈출구를 모색하는 수준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데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양 전 원장의 결실 또한 무너뜨리는 일이 될지도 몰랐습니다. 양 측이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는 배경에 이런 상황이 깔려있는 듯 보였습니다.

◇ "3번 만났다"…실마리 푼 또 다른 與 관계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취재 실마리는 또다른 여권 관계자의 등장으로 풀렸습니다. 두 사람과 모두 절친한 한 인사는 "양 전 원장이 귀국 이후 이 지사와 3번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양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상황을 두고 "답답하다. 답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합니다.

이 지사와 일하는 다른 경기도 관계자도 주변에 "두 사람이 만났다. 양 전 원장은 이 지사를 돕고 있다"고 했다는 증언도 확보됐습니다. 6일 <[단독] 양정철, 귀국 후 이재명 몇 차례 만났다…李-친문 접점 모색한 듯> 리포트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보도 이후로 이 지사나 양 전 원장, 그리고 관계자들 그 누구도 반박이나 대응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 경선 연기 띄운 친문…양 전 원장과 노선 갈리나

이 지사와 자주 만나는 양 전 원장의 행보에 대해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총리 측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통화된 각 캠프 측 의원들은 "우리를 도우면 좋다"면서도 "지금 양 전 원장이 나서서 기술적으로 뭘 하는 게 도움이 되겠냐"는 말이 공통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뒤에 있을 때나 힘이 있는 거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연일 외국으로 떠돌아야 하는 양 전 원장이 본인의 처지를 놓고 "답답하다"고 말한 데는 이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이 미쳤습니다.

양 전 원장이 이 지사와 접촉을 늘려갈 동안, 핵심 친문 의원이 대통령 경선 연기를 띄운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경선 연기론 기저엔 김경수 지사를 비롯한 '친문 주자 띄우기'가 깔려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상황에 양 전 원장은 '이길 사람'을 쫓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바랐던 양 전 원장에게 남은 미션은 대통령의 '무사한 퇴임'일 지 모릅니다. 모두가 친문이라는 민주당 의원 전체의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그 방식을 놓고는 또 한 번의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 최지원 기자

최지원 기자(o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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