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거부감 큰 'CVID' 용어 피해
美, 김정은 협상 유인 전략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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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A)’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사용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대신 새 용어를 꺼내 든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외교 방식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CVID 대신 용어를 일부 변경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응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6일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직후 주요국 장관들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CVIA를 목표로 유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CVIA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를 뜻하는 용어로 기존에 사용했던 CVID와 단어 하나가 차이 난다. CVID의 ‘D’는 비핵화(Denuclearization) 또는 폐기(Dismantlement)를 의미하지만 ‘A’는 포기(Abandon)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의미에서 비핵화·폐기·포기를 유사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어떠한 형태든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투명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어가 달라지면서 외교적으로는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그동안 CVID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CVID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당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상징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VID와 CVIA는 의미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보이며 미국이 절충된 표현을 꺼낸 것 같다”며 “CVIA는 CVID보다 불명확한 개념으로 판단되는데 북한이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는 표현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CVID는 비핵화를 포괄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의미인 반면 CVIA는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북 정책을 트럼프식 일괄 타결 대신 단계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행정부의 철학을 반영한 용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 북한을 덜 자극하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물밑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지난 3월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이후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미국이 우려하는 핵 개발 또는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나오자 대미 비난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외무상이나 외무성 부상보다 급이 낮은 외무성 대변인과 미국 담당 국장 명의여서 비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제재 해제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판을 깨는 정도의 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대북 정책 실행 방안이 나오면 이에 맞춰 북한의 움직임이 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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