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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왕서방 돈세탁, 대학생은 마약구매…'범죄화폐'된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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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의 명과 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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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비트코인 정보방에 "수리학과 휴학생으로 비트코인 마진 거래를 통해 수백억 원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A씨가 등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내주면 수익 가운데 30%는 수수료로 제하고, 나머지 70%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수사 결과 A씨는 수백억 원 수익을 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리학과 휴학생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피해자 24명에게서 약 9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중국인 B씨는 등록하지 않고 외국환 업무를 한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씨 범죄에도 비트코인이 사용됐다. B씨는 중국에 있는 C씨가 위안화를 사용해 중국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하고, 이를 국내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전송하면 B씨가 다시 원화로 판매해 의뢰인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는 '환치기' 수법으로 37억여 원을 환전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 시세가 급격히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투자 열기와 더불어 계좌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특징을 활용한 범죄 역시 다양해지고 있어 제도화를 통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매일경제는 2019년 1월 2일부터 지난 4일까지 비트코인 관련 범죄 판결문 938건을 분석했다. 비트코인 관련 범죄는 과거에는 사기나 유사 수신 같은 금융 범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채굴 또는 거래소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해주고 매달 일정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를 속이거나, 유사 수신 행위를 하면서 투자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하겠다고 속인 게 대표적인 유형이다.

가상화폐 흐름 추적이 어려운 특성을 이용한 사건은 거래 자체가 불법인 음란물·마약 사건에서 주로 나타났다. 한 주한미군은 다크웹을 통해 마약류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해외로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LSD 등 마약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D씨는 지난해 2월 비트코인을 이용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1125건을 구매해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환(FX) 마진거래 업체라며 다단계 형태로 가상화폐를 송금받은 사례도 있다. E씨는 다단계 업체 최상위 사업자로,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금융기관이 아닌데도 매일 5~9% 수익금을 지급하고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추천 수당을 주겠다며 29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변동성이 큰 특성을 이용해 실제 도박장을 개설한 피고인들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10월 F씨 등 10명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G씨 등은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도박장을 열고 비트코인 시세 차트를 보여주며 상승 또는 하락에 돈을 걸게 했다. 이용자에게서 받은 돈은 대포통장에 입금됐다. 이들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된 자금은 516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는 동안 범죄 양상이 더욱 다양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특성에 맞지 않더라도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추적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신종 범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처벌 규정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사각지대를 노린 범죄를 막기 위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가 블록체인에 활용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추적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을 통하지는 않더라도 각국 화폐로 환금될 때라도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승 연구위원은 "누구라도 추적 못하게 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반 코인의 태생적 근거라고 해도 범죄까지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며 "적어도 불법적 행위가 있을 때 추적은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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