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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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피해자가 더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거주하는 A씨(26)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구토·오한·발열에 이어 사지가 마비됐다. 백신 접종 한 달 전 건강검진도 받았다. 기저질환 하나 없는 건장한 20대 청년이었지만 순식간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불가해졌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 결국 병가를 냈다. 부모님 부담을 덜기 위해 일찍 취직했지만 매달 재활치료에만 300만원이 나가 헛걸음이 됐다.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믿고 도움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A씨에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4일 머니투데이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 누구의 사과 한 번 없었다"면서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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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사지마비·오한·발열·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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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AZ를 맞게된 건 지난 3월 4일, 경기 안양시의 한 재활치료병원에 작업치료사로 취직한지 10여일 만이었다. 건설회사 현장소장,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했다.
당초 A씨는 AZ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접종을 거부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 "환자를 보는 사람이 모범이 돼 먼저 맞아야 한다"며 구상권 청구까지 언급하자 백신 접종을 결심했다.
그 책임은 오롯이 A씨가 지게됐다. 접종 10시간 만에 오한과 구토가 이어졌다. 어지럼증에 이어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처음에는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직장에 밉보이기 싫어 버텼지만 증상이 너무 심해 결국 응급실에 갔다. 온몸에서 열이 나 38도까지 올랐다.
A씨의 진단서. /사진제공=A씨. |
A씨를 진단한 의사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그는 "좌측에 강직이 심하게 있고, 팔다리 기능이 70~80%가 안나오며 의식이 뚜렷하지 못하다"면서 "이럴 경우 뇌손상이 있을 것이기에 마음을 단단히 드시라"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한 뒤 의료진은 뇌척수염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이내 말을 바꿨다. 뇌척수염은 AZ 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인지 그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질환이다. 의료진은 "척수에 병증이 있지만 예전부터 해당 병증이 있을 확률이 높다"면서 "증상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며 백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A씨가 지난 2월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척수염을 비롯해 그 어떤 기저질환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진단한 가운데 A씨는 다시 사지마비와 고열에 시달렸다. 다시 검진에 나선 병원은 결국 '상세불명 척수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A씨가 통증과 마비로 걷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 백신과는 관계없이 기존 허리디스크가 원인일 수 있다"며 퇴원을 촉구했다.
결국 A씨는 재활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재활치료를 돕던 A씨가 재활치료 환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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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없다"며 이의신청도 막은 정부…A씨 "백신 맞고 아프면 치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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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A씨의 증세가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4일에는 한 인천시청 직원이 전화를 걸어 질병관리청에서 50여명의 의료진의 의견을 구했다며, 24시간 연속으로 증상이 보이지 않아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해당 직원은 전문가들이 이미 소견을 내렸기에 이의신청조차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면 검진 후 소견서를 다시 내 재심사를 받으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달 16일 A씨는 다시금 고열과 사지마비에 시달렸다. 증상이 재발하면서 찾은 다른 대형병원의 한 의사는 "이 정도 허리 손상은 일반인에도 있는 수준"이라면서 "허리디스크와 관계 없다"며 기존 진단과는 다른 말을 했다. 이어 "길랭-바레 증후군과 유사하다"면서 "백신을 맞는 등 면역계통에 문제가 생길 때 발병하는데, MRI 등에 보이지 않지만 말초신경에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마다 진단 결과가 바뀌었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정부가 나서서 백신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씨는 "6개월이 지나도록 치료가 안되면 영구장애로 남을 수 있다고 한다"면서 "멀쩡하던 아이가 강제로 백신을 맞아 저렇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들만 그런 것도 아니고 백신 부작용을 겪는 이가 한 두 명이 아닌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라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보장하던 정부는 백신과의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먼저 나서서 환자들의 치료를 도우라"고 촉구했다.
A씨는 아직도 사지가 떨리고, 왼쪽 다리에 힘에 들어가지 않아 도움이 없이 홀로 걷지도 못한다. 균형을 잡기도 어려워 휠체어 신세를 지는데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마비 증세가 두렵다. 매월 쌓이는 병원비만 어느새 1500만원을 넘겼고, 어머니는 직장을 쉬고 하나뿐인 아들의 병간호에 나섰다.
A씨도 "그 누구도 내게 괜찮다고 물은 적이 없고, 모두 백신과의 연관성이나 보험 가입 여부만 따졌다"면서 "사과 하나 받아본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부작용에 대한 인과성을 따질 때 너무 한정적인데 백신을 맞고 아프면 치료해달라"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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