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3건서 2년만에 337건으로
금융자산 아니라 시세조종 처벌불가
거래소 등록제·관련 입법·규제 시급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내에서의 가상화폐 거래 금액은 이미 국내 주식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비례해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기 사례 또한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가상화폐가 이미 금융 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제라도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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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사기 범죄, 2년 만에 400% 증가…용어도 기준도 불명확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행의 검거건수는 337건에 달한다. 2018년 검거건수가 62건, 2019년은 103건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관련 범죄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가상화폐의 법적 규정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법적 규정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 가상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과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의 용어가 뒤섞여서 통용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소 상장 기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율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상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가치와 상장 가격 등 핵심적인 부분에 발행 주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장 과정이 불투명하다보니 일부 사기업체들은 "상장을 앞두고 있다"며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를 비싸게 매도하기도 한다.
부실한 가상화폐의 경우 상장이 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주식과 달리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20여개의 가상화폐가 4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는데 이 중 일부 가상화폐의 경우 허위 공시로 인해 거래 지원이 종료됐다.
업비트는 지난 3월 고머니2의 거래 지원 종료 사유로 '허위 공시'를 들었다. 고머니2 측은 5조원 규모 북미 펀드인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공시했으나, 업비트는 "고머니2 투자 여부에 대한 셀시우스 네트워크 측 공식 답변 결과, 투자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금융자산 아닌 가상화폐, '시세 조종'도 처벌 못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시세 조종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이른바 '코인 리딩방'도 처벌이 어렵다. 코인 리딩방은 유료 회원들에게 특정 가상화폐를 매입하도록 한 뒤, 무료 회원들에게 매수를 유도해 가격을 띄우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작한다.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기초자산이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되지 않는다.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공하고 있는 스테이킹(예치) 서비스 또한 편법 논란이 있다. 금융기관이 아닌 업체가 원금과 초과 수익을 보장하고 모금을 하면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돼 처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킹의 경우 화폐가 아닌 코인을 주고받기 때문에 현행법상 유사수신 행위로 보기 어렵다. 관련 규제가 없어서 원금 손실을 입더라도 보호받을 방법도 없다. 가상화폐를 예치한 사이에 시세가 급락해 원금을 돌려받아도 막대한 손해가 생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아직도 가상화폐를 '유령'으로 취급한다"고 꼬집었다.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면허 제도와 가상화폐 상장 기준을 마련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한 뒤 필요한 입법이나 규제를 해야 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춘 거래소만 등록제로 운영하는 한편 가상화폐의 상장 심사 과정을 금융당국이 나서서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준무 기자 jm10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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