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식 상속을 끝으로 삼성가 '세기의 상속'도 마무리됐다. 이번 상속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결과물들이 철저히 세간의 예상 밖이었다는 점이다.
어떤 예상들이었나. 예를 들자면 이렇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족들 대신 삼성물산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을 것이다' '이 회장 사재를 출연하되 별도 재단을 세워 삼성이 관리할 것이다' '미술품 일부를 팔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고 알짜는 리움미술관 등에 남길 것이다'….
이 모든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꼼수로 오해받을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유족들의 의지가 철저했던 때문이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지분을 법정비율대로 상속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생각한다. 추후 재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본인 지분을 포기했다는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절세 없는 상속'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상속세 납부와 기부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생전에 이미 환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고인의 뜻에 따라 이뤄진 환원을 '사면 물밑작업'으로 치부하는 것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평생을 살다 간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오늘날 삼성은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특혜를 받았던 과거와 절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1년 전 대국민사과를 통해 준법 경영과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래 흔들림 없이 약속을 지켜 왔다. '특혜가 싫다'며 구치소에서 복통을 참다 응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삼성은 이미 변했는데, 우리만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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