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단 현장평가 진행·나주 배 고유농법 시연…5월 중 최종 지정
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현장평가에서 인사말을 하는 강인규 나주시장 |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정부가 보전·전승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유무형의 농업자산으로 제1호인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을 비롯해 제주 밭담(2호), 구례 산수유 농업(3호), 보성 전통차 농업(11호) 등 모두 15개소가 지정돼 있다. 전남은 이 가운데 5개가 포함됐다.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촌의 다원적 자원을 보존하고 이를 전승·활용하는데 필요한 자원조사와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프로그램 추진 등을 위해 3년간 10억원 가량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나주시는 500년 이상 역사성을 갖춘 전통농업유산인 나주 배의 가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 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나주시는 지난해 7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과 협약하고 민관 TF팀 구성, 농가·주민 간담회 개최 등 유산 지정의 당위성과 절차적 체계성 확보에 힘써왔다.
유산 지정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현장평가는 금천면 나주배박물관 발표, 3대째 전통농법으로 배 농사를 지어온 금천면 원곡리 이병곤 농가 방문·시연 순으로 진행됐다.
현장을 찾은 심사위원단은 나주 배 고유 농법 중 수리 및 저장 체계인 '암거배수'와 '반지하 저장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나주배 |
'암거배수'(暗渠排水)는 흄관 방식의 전통 농법 수리 체계로 대지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약 60cm의 토관(내경 10cm)을 배수로에 설치하고 그 위로 자갈, 모래, 볏짚과 같은 유기물을 차례로 덮어 토대를 다진다.
이어 신우대 다발을 토관 사이사이에 세워 자연스럽게 물을 암거 배수구에 따라 흐르게 한다.
토양 배수가 관건인 나주 배 재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법으로 구릉지에서 평야까지 배 재배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배수가 불량한 곳에서 쓰였다.
항아리 속 왕겨를 넣어 배를 저장하는 항아리저장법에서 진일보한 '반지하 저장법'은 명칭 그대로 반지하에 땅을 파고 배를 보관하는 방법이다.
적정 온도(14℃)와 습도(95%)를 유지해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배를 저장할 수 있어 현대적인 저온저장고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배 저장법으로 널리 행해져 왔다.
심사위원단은 초생 재배법, 천연 퇴비법, 발연법 등 나주만의 배 재배 농법 시연 현장도 살폈다.
현장평가 결과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자문위원회를 거쳐 이달 중순경 최종 지정 발표될 예정이다.
나주 배에 대한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들어있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는 나주 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기록했다.
나주 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평가위원들이 배 보관방법을 보고 있다 |
나주지역 배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2천192 농가가 전국 생산량의 20%가량인 4만7천952t을 생산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영산강 나주 배 전통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배 농업 전통문화 보존뿐만 아니라 배 주산지 명성 유지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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