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가운데)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윤호중(오른쪽) 원내대표, 전혜숙 최고위원 등과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게 된 송영길 대표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내년 3월 대선에 앞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기반을 닦는 것이다. 이를 위해 4·7 재·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 이반 수습과 '당명 빼고 다 바꾼다'는 경선 구호대로 당내 쇄신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재인계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정권 말 당청관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 주류이자 지도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계의 지지 여부가 송영길호(號)의 성패를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송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 수락연설에서도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고 실수요자 대책, 세제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견 발표에서는 "24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개혁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90% 완화를 주장했다.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에 대해서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강성 친문계 중심으로 제기되는 반대 의견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강성 친문계가 추진해온 검찰개혁 등에서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중단 없는 검찰·언론 개혁'을 강조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송 대표는 지난달 18일 본보 인터뷰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예로 들면서 '유능한 개혁'을 강조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부터 안착시킨 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쓴소리와 소신 발언을 가로막는 당 문화 쇄신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문자폭탄 등의 과도한 행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힘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차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친문계의 견제가 거세질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9%였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국정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33%)을 하회하는 '데드크로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가시화하면서 송 대표가 당 중심의 쇄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당청관계 재정립에 나설 수 있다.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청와대와 적당한 거리두기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청관계 이완을 우려하는 친문계와의 화합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당내 분열을 재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