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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이제 미얀마 시민 목표는 수지도 못 이룬 ‘완전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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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접어든 쿠데타 저항

NLD의 한계도 넘으려 노력

군부 제정 헌법 개헌 ‘과제’

소수민족 통합도 적극 모색

[경향신문]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3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시민들은 이제 단순히 쿠데타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실현, 다양한 소수민족이 참여하는 연방정부의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민주정부 집권기에도 실현하지 못했던 민주주의 국가를 쿠데타 극복 이후 최종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현지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지난 1일 “현재 전투는 군부가 더 많은 무기와 자금을 가지고 있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도 “(승리한다면) 그 대가는 민주적인 정부뿐 아니라 더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통합된 사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현재 군부의 퇴진 못지않게 완전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끌던 기존 민주정부도 실현하지 못한 목표였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이다. 이 헌법은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고, 군부가 국방 등 주요 중앙부처 3곳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유사시엔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줄곧 이 헌법에 반대해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NLD는 ‘군부와 타협하고 2008년 헌법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총선에 출마했고, 당선 이후에는 군부 반대에 부딪혀 개헌에 실패했다.

하지만 군부의 쿠데타 이후 상황은 바뀌고 있다. NLD 소속 의원들과 소수민족, 시민사회 등은 3월31일 “2008년 헌법이 독재정권을 연장하고 미얀마가 연방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았다”며 2008년 헌법의 폐지를 선언했다. 그다음날 시민들은 전국적으로 헌법을 불태우는 시위를 진행하며 이 선언을 환영했다. 양곤대학 인근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미얀마 나우에 “나는 NLD, 그리고 군부가 2008년 헌법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화운동을 통해 군부는 물론 NLD 집권기의 한계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의 문제가 민주화 진영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점도 특징이다. 미얀마는 전체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버마족을 중심으로 135개 민족이 살아가고 있다. 70년간 집권한 군부는 버마족을 우대하는 분리통치 정책을 폈고, 소수민족은 반군을 구성해 군부와 전투를 반복했다. 민주정부가 등장한 이후에도 소수민족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을 민주정부가 적극 변호했음은 물론이고, NLD가 직접 아라칸족 반군을 “파쇄”하라고 명하거나 지역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참여하는 연방정부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NLD와 소수민족, 시민사회 지도자들은 지난달 16일 연방정부 구성을 위한 전 단계로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발표하고, 26명의 각료 인사를 단행했다. 각료 중 절반인 13명은 소수민족 지도자들로 채워졌다. 소수민족 샨족 최대 정당인 샨민족민주동맹의 사이 레이크 대변인은 미얀마 나우에 “연방헌법을 공표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에 대한 군부의 잔혹한 탄압이 소수민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부른 셈이다. 프런티어 미얀마는 “봄의 혁명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버마족과 다른 민족들 사이의 전례없는 통합일 것”이라며 “군부의 치명적인 무력 사용은 버마인들이 수십년간 소수민족 동포들이 견뎌온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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