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서 유가족·사제·신자 마지막 길 지켜봐…염수정 추기경, 강론 중 '울먹'
프란치스코 교황 애도서한 대독…용인 성직자묘역서 '영원한 안식'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고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달 27일 노환으로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고인의 장례미사를 거행했다.
제단 앞으로 정 추기경이 환하게 웃는 영정과 그가 안치된 삼나무관이 자리해 장례미사에 참석한 이들을 마주했다. 제대 양쪽으로는 정 추기경이 사목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을 적은 펼침막이 장식됐다.
강론자로 나선 염 추기경은 선배이자 동료 사제였던 정 추기경과 함께했던 일을 돌아보며 안식을 기원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셨을 때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허전하다고 했던 정 추기경 말씀을 저도 이제 깊이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종 때도 언급했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면, 정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며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 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면 부드럽고 온유하고, 넓은 아량에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A4용지 여러 장에 정 추기경을 애도하는 내용의 글을 써온 염 추기경은 고인의 생전 일을 언급할 때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종이를 든 그의 손은 울먹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떨렸다.
그는 "정 추기경은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당신의 삶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셨다"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 뜻인지 알려주셨다"고 돌아봤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염 추기경에게 애도 서한을 보내 정 추기경 선종을 위로했다.
교황은 미사에 참석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독한 애도 서한에서 "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추모했다.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고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주교단 대표로 고별사를 올렸다.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전 생애를 봉헌하신 추기경님을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 시간"이라며 "추기경님께서 일생 한국 천주교회에 베풀어 주신 큰 사랑과 영적 보화를 남겨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고인이 소신학교 교사였을 때 사제의 연을 맺었던 제자 백남용 신부는 사제단 대표로 나와 "스승의 날이면 장미 100송이를 들고 인사드릴 때 아버지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시던 스승님"이라고 기억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정 추기경이 생전에 이룬 훌륭한 업적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다며 '최고의 목자 정진석 추기경님'이라는 12글자를 따서 12줄의 추모의 글로 바쳤다.
미사 추모행사가 끝난 뒤로는 정 추기경이 28년간 몸담았던 청주교구의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고인의 관 앞에서 고별식을 올렸다. 관 위에 성수를 뿌리고 향을 태우며 정 추기경에게 작별을 고했다.
고별식이 마무리되자 사제들은 정 추기경의 영정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그가 잠들어있는 삼나무관을 성당 앞 검은 운구차량으로 옮겼다.
관을 실은 차량은 성당 앞마당을 천천히 출발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제와 수녀, 신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명동성당을 떠나는 차량 뒷모습을 바라봤다.
정 추기경의 묘소는 경기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마련됐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의 묘소 옆자리 1평 공간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이날 미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성당 내 전체 좌석 수의 20% 수준인 250명만 참석이 허용됐다. 정 추기경의 유가족과 원로 사제, 동료 사제, 내빈은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성당 장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성당을 찾은 일반 신자들은 성당 옆 영성센터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정 추기경과 작별 순간을 함께 했다.
고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거행 |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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