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에게 모든 것!”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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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의 사목표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었다. 정 추기경은 표어처럼 많은 걸 나누고 이땅을 떠났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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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의 울림 속에 성당 안으로 들어선 염수정 추기경은 “주님께 대한 믿음과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살다간 주님의 종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이 주님의 품 안에서 평안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미사를 거행합시다”라고 운을 뗐다.
성당 앞에는 삼나무로 짠 정 추기경의 관이 놓여 있었다. 관 위에는 책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성경책이었다. 고인이 평생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좇아왔던 ‘그리스도의 말씀’이 관 속에 누운 그를 품고 있었다. 관 앞에 놓인 액자 속에서는 생전의 정 추기경이 활짝 웃고 있었다.
성당 안에는 천주교 사제와 평신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지키며 자리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장례 미사에는 명동대성당 전체 좌석 수의 20% 이내인 230명만 참석했다.
지난 27일 선종한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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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염 추기경은 말문을 잃고 잠시 울먹였다. 명동대성당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건 정 추기경의 선종 앞에서, 이 땅에 남겨진 이들이 침묵과 눈물로 보내는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슬픔을 가다듬은 염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 사제와 교회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셨습니다”라며 “정 추기경님은 진정한 행복의 길에 대해 늘 강조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정 추기경께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분명하게 알려주셨습니다”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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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대성당 바깥에 정진석 추기경의 문장과 함께 사목표어가 걸려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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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병마와 씨름하는 순간에도 “하느님 만세!”라고 외치며 주위 사람을 유쾌하게 하고, 부활 신앙에 대한 희망을 던졌던 일화도 소개했다. 염 추기경은 “덕분에 우리도 고통에 짓눌리지 않고 부활 신앙에 대한 희망을 확고히 갖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추모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교황을 비롯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교황청 추기경단 조반니 바티스타 레 수석 추기경 등 교황청 주요 인사들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애도의 서한을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은 정진석 추기경(왼쪽) 선종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욌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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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의 확고한 희망 안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을 슬퍼하는 모든 분께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보증하는 징표로 저의 진심 어린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라고 위로했다. 교황의 위로 메시지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독했다.
정진석 추기경의 묘비명에는 고인의 사목표어인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가 새겨진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란 뜻이다. 정 추기경은 생전에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타는 버스(Bus)에 옴니버스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승용차는 처음에는 개인용이었다. 부자들만 탔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만든 게 버스다. 그처럼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게 ‘옴니버스 옴니아’다”라며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속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옴니버스 옴니아’에 담긴 깊은 의미를 직접 푼 적이 있다.
정진석 추기경의 묘비명에는 '옴니버스 옴니아'가 새겨진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란 뜻이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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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선종한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사진 곧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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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진석 추기경 빈소를 찾은 일반인 조문객은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총 4만6636명으로 집계됐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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