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무장단체 잇단 공격에
보복성 공습 등 ‘긴장 고조’
아세안 합의 이행 불가 시사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폭력 중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경지대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군부가 27일부터 이틀간 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부 카렌주를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습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거주민 1만5000명이 숲으로 피신하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습은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공격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 카렌족의 무장단체인 카렌민족해방군(KLNA)은 27일 새벽 1995년부터 미얀마 군부가 점유해 온 전초기지를 급습해 빼앗았다. 24일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정상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해방군 관계자는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우리는 시민과 연대하고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부는 기다렸다는 듯 관영매체를 통해 “상황이 안정된다면 아세안 정상들의 건설적인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무력충돌을 빌미로 아세안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른 국경지역에서도 무력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서부 친주에서는 소수민족 친족이 이끄는 신생 무장단체인 친주방위군이 26일 미얀마 군대를 습격했다. 이 공격으로 미얀마군 15명이 사망했다고 현지매체 미지마뉴스가 전했다. 인도 접경인 사가잉주 타무 지역에서도 27일 군경과 시위대의 무력충돌이 발생해 군경 사상자가 발생했다. 29일에는 중부 내륙지역의 공군 기지 2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군부에 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10개의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논의를 시작한 것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쿠데타 이전 군부와 휴전협정을 맺었던 무장단체들은 26일부터 이틀 동안 회의를 진행했으며 군부와 휴전협정을 맺지 않은 7개 무장단체와도 접촉하기로 결정했다. 135개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미얀마에는 20여개 무장단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저마다 자치권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와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소수민족 간 갈등이 발생해 좀처럼 힘을 규합하지 못했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 소속 동남아시아 전문가 조슈아 쿨란트칙 박사는 미국의소리 방송에 “(이들이 손을 잡을 경우) 미얀마에서 전국적으로 확장되는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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