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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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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업그레이드한 박물관·미술관, 6월부터 속속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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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소장 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기증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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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의 대규모 문화재·미술품 기증 결정으로 국립기관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이 회장의 소장품을 기증받은 기관들은 이르면 6월부터 순차적으로 기증품들의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해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 10월에는 이 전시를 확장한 또 다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박진우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밖에도 상설전시실 내에 기증품을 전시해 많은 분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을 비롯해 총 9,797건(2만1,600여 점)을 기증받았다.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 있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며 “활발한 연구 및 전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올해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9월 과천관, 내년에는 청주관에서 전시를 통해 기증된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술관은 이번 기증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근대 컬렉션을 크게 보강할 수 있게 됐다. 인상파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호안 미로의 ‘구성’ 등 서양 근대 작가들의 명작 8건을 포함해 국내외 대표작가들의 근대 미술품 1,500여 점을 기증받았다. 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구매 예산이 40억~6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기증을 통해 1년 치 예산을 다 투입해도 살 수 없는 유명 작품을 한꺼번에 여러 점 갖추게 됐다.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를 기증받게 된 지방 소재 미술관 중 하나인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 1일 전시를 통해 기증작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총 21점을 기증받았다. 김환기의 무제(1970년), 오지호의 풍경(1970년), 유영국의 산(1968년), 천경자의 꽃과 나비(1973년) 등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기증작을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는 내년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미술관은 전남 신안 출신인 김환기의 작품 5점, 전남 화순 출신오지호의 작품 5점 등 총 30점을 기증받았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지역에 연고를 둔 국내 근현대기 대표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게 됨으로써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미술관 품격과 소장품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기증품을 통해 국립 기관들의 위상이 높아진 점을 언급하며, 유족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희 장관은 “해외 관광객들도 유명작품을 보러 찾아가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국내에도 버젓이 생겼다”며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유족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족의 기증 결정에는 고인의 생전 뜻이 반영됐다. 고인은 에세이에서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인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후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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