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조4000억원 불법 이전
미신고 취득 등 61명 적발
2018년 시가 11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중국인 A씨는 불법 외환 이전(환치기)을 통해 중국에서 자금을 들여왔다. A씨가 중국에서 환치기 조직원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이 조직원이 중국에서 가상자산(가상통화)을 사고, 이를 국내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해 A씨가 차익을 거둬가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것을 악용한 수법이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4억5000만원에 금융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국내에서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B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20억원 상당의 마스크와 방호복 11만점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세관에는 3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 B씨는 이런 방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해 자금을 확보한 후 배우자 명의로 시가 7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환치기나 관세 포탈 등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자금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를 불법으로 취득한 외국인 17명(16채, 취득액 176억원)과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를 취득한 44명(39채, 664억원) 등 총 61명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명을 대상으로 외화 송금내역 분석,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한 결과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불법 외환 이전에 이용하는 신종 환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이 지난 5년간 이전한 자금 규모는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발된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34명)과 미국(19명)이 대다수였다. 아파트 매수 지역은 강남구 13건(315억원), 영등포구 6건(4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세액을 추징한 데 이어 포탈 액수가 큰 외국인은 검찰에 고발하거나 행정처분 기관에 통보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포착한 환치기 조직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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