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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자동차 대신 비트코인·탄소배출권으로 1분기 '대박' 친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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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판매만으론 1억8,100만달러 적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 차익 1억10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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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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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1분기에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가져왔다. 특히 4억 달러대의 순이익은 테슬라의 역대 분기 실적 가운데 최대치로 집계됐다. 다만, 주력인 차량 판매 사업보단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차익과 탄소배출권 거래가 실적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목됐다.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배 이상 급증한 4억3,800만 달러(약 4,9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에 비해 73.6% 늘어난 103억8,900만 달러(약 11조5,000억 원)를 달성했다.

1분기 테슬라의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전기차 판매량은 18만4,8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8.9% 성장했다. 중국시장에서 선전한 모델3, Y 등 보급형 사양 판매가 18만2,847대로, 전체 전기차 판매를 주도했다. 고급형 차종인 모델S, X의 판매는 2,030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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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2021년 1분기 경영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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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에 띈 부분은 테슬라 수익의 대부분을 비주력 분야인 비트코인과 탄소배출권이 담당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에 15억 달러(약 1조6,644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이후 가격이 급등하자 다른 암호화폐를 포함해 2억7,200만 달러(약 3,018억 원) 규모를 판매해 1분기 암호화폐 차익으로만 1억100만 달러(약 1,12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테슬라는 또 1분기에 5억1,800만 달러(약 5,747억 원) 상당의 탄소배출권을 다른 완성차 업체에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3조5,400만 달러)보다 46% 늘어난 규모다. 결국, 테슬라 경영 지표에서 비트코인 거래 차액과 탄소배출권 수익을 제외하면 1분기 실적은 1억8,100만 달러(약 2,009억 원) 적자로 기록된다. 주요 외신들이 차량 판매만으로 테슬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지적한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1분기에 기록적인 차량 납품 실적을 올렸지만, 순익은 자동차 판매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라며 “비트코인 처분과 함께 탄소 무배출 업체에 부여되는 크레딧을 팔아 흑자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CNBC 역시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기가 1분기 수익 증대를 도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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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전시됐던 테슬라 모델Y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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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가상화폐 '광풍'을 선동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비트코인 아카이브’로 알려진 한 투자자는 미국 가상화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보다 비트코인 거래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저격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머스크 CEO는 “테슬라와 달리 자신은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며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10%를 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잭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트코인 판매가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비트코인 판매 대금으로 영업비를 절감했다”며 “비트코인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믿기 때문에 고객과 전기차 거래에서 얻은 암호화폐를 장기적으로 보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 전 정규장에서 1.2% 상승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2.4% 하락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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