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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환치기로 돈빼돌린 중국인, 서울 아파트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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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치기 등 불법자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들이 적발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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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어난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구매에는 환치기 등 불법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환치기 및 탈세 등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외국인 37명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세관은 최근 외국인 부동산 구매가 증가하는데도 구매 자금이 국내로 들어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최근 3년간 서울 지역 시가 5억원 넘는 아파트를 산 외국인 중 구매자금이 불분명한 500여명을 추렸다. 4개월간 외화 송금내용 분석, 계좌추적, 압수 수색 등을 실시한 결과 이 중 일부 외국인에게서 탈세 등 불법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한 61명 외국인 중 17명은 환치기로 자금을 들여오거나 관세를 덜 내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 시가 176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 16채를 구매했다. 외국인 44명은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적발됐다. 현행법상 또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사면 외국환 은행장과 한국은행장에게 자본거래를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한 부동산 취득금액이 10억원을 초과했으면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적발한 환치기 자금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를 이용한 신종 수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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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코인 환치기’ 수법 아파트 취득 사례 개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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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A씨는 중국 현지에서 환치기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위안화를 입금했다. 환치기 조직은 중국에서 이 돈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를 매수해 한국에 있는 조직원 전자지갑으로 송금했다. 한국에 있는 조직원은 송금받은 암호 화폐를 다시 원화로 바꿔 A씨에게 계좌 또는 현금으로 지급했다.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8년 1월부터 한 달간 국내로 들여온 돈은 약 4억5000만원이다. A씨는 이를 가지고 은행 대출 등을 보태 시가 11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샀다.

암호 화폐는 다른 화폐보다 추적이 쉽지 않을 뿐 송금도 간편해 환치기에 이용하기 더 적합했다. 또 한국의 암호 화폐가 외국보다 시세가 더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있어 환전 과정에서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 서울세관은 환치기 조직 10개도 포착해 추적 중이다. 이들 조직으로 이전한 자금 규모(입·출금액 합산)만 총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를 판 돈까지 빼돌려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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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수출 금액을 축소 신고한 사례.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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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B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한 지난해 2월 국내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11만점을 중국으로 수출해 20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정작 세관에는 3억원만 신고해 소득세를 탈루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배우자 명의의 시가 7억5000만원 서울 아파트를 구매했다.

이 밖에 국내 인터넷 쇼핑몰 운영 중국인 C씨는 중국으로부터 지난해 5월~올해 1월 11억원 상당 의류·잡화 수입하면서 세관에는 4억원으로 낮춰 신고해 관세를 포탈했다. 이 돈은 이미 ‘갭투자’로 산 서울 아파트 보증금 갚는 데 썼다.

이들 외국인이 매수한 서울 아파트는 강남구가 13건(취득금액 3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순이었다. 구매 아파트는 주로 가격이 많이 오른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집중됐다.

전성배 관세청 서울세관 외환조사총괄과장은 “관세 등을 포탈한 경우 세액 추징 이외에도 포탈세액 규모에 따라 검찰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했다”면서 “외환 당국에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거래금액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검찰 송치, 과태료 부과 또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계획이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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