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부동산 취득처럼 신고체계 마련 필요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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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가상자산) 투기 열풍이 부는 배경에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외국 거래소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흐름과 단절된 갈라파고스식 암호화폐 규제가 김치 프리미엄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5만2713달러(5870만원)다. 같은 시각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6280만원으로, 한국 시세가 약 7% 높다. 최근 정부가 암호화폐 광풍에 경고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다소 줄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0~20% 수준으로 비싸게 형성돼왔다. 이달 초에는 외국에서 싼값에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외화를 송금하는 사례가 늘어 외화 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김치 프리미엄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암호화폐를 사려는 수요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공급이 뒤따르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비용 문제 등으로 암호화폐 채굴이 외국보다 활발하지 않다.
채굴이 어렵다면 외국에서 구매한 비트코인을 국내에 대량 공급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송금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성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는 점도 외국인의 시장 참여를 막는 요인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비거주자나 외국인들은 국내은행 계좌 발급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참여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금융기관 등과 같은 전문적인 참가자가 법률 위험 등 이유로 암호자산 시장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로 수요-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김치 프리미엄’이 생겨나니, 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노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외국에서 싼값에 산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옮겨와 비싸게 판 돈은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다시 은행 등 금융기관에 외화 송금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해, 비트코인 공급이 제한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김치 프리미엄은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처럼 규제하고 있어 생기는 현상”이라며 “정부가 암호화폐를 부정하는 데서 김치 프리미엄 같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현상이 발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은행들은 외화 송금 한도를 줄이는 방식 등으로 차익거래 속도를 늦추는 ‘임시방편’책을 쓰고 있다. 시장원리에 의하면 차익거래가 활발할 경우 국내 암호화폐 공급이 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해소되지만, 정부는 외화 유출 우려로 오히려 차익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발언 등을 보면, 정부는 암호화폐 공급 확대보다는 국내 수요를 줄이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욱 변호사는 “해외 주식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사고 해외 부동산을 사면 당국에 신고를 하듯이, 암호화폐도 비슷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외환통제도 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져 김치 프리미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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